한국일보

박근혜씨 재판 거부, 나는 이해한다

2017-12-06 (수) 조셩내/컬럼비아 의대 임상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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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는 상공 1만 미터 높이에서 날고 있다. 갑작스럽게 비행기의 엔진이 고장이 났다. 비행기는 서서히 땅을 향해 떨어지고 있다. 당신이 무슨 짓을 해도 비행기는 떨어지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느끼는 감정이 바로 무력감(Helplessness)이다.

비행기가 떨어질 때는, 어떤 탑승객들은 죽음을 두려워해서 비명을 지르고 발악을 한다. 또 어떤 승객은 겸허히 자기의 운명을 받아들인다. 어떤 반응으로 죽는가는 각자의 선택이다.

박근혜씨도 이번 재판에서 무력감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아무리 재판에서, 변론을 해보고, 그리고 자기의 무죄를 주장해도 결과는 유죄판결을 받을 것을 뻔히 알고 있으니까 박 전 대통령은 무력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박근혜씨는 지난 11월 28일(2017) 재판을 거부했다.


국회의원은 아무나 되는 것이 아니다. 다들 실력 있고, 당으로부터 공천을 받을 수 있을 만큼 빽줄이 있고, 주민들로부터 존경받는 ‘쟁쟁한’ 사람들만 되는 것이다. 이런 국회가 박 전 대통령이 ‘죄’가 있다고 해서 탄핵소추를 했다.

헌법재판소의 재판관들은 아무나 되는 사람들이 아니다. 능력 있고, 존경받는 사람들만이 되는 것이다. 이런 ‘훌륭한’ 재판관들 8명 전원이 박 전 대통령이 죄가 있다고 판결했다. 그녀를 탄핵했다. 그녀가 탄핵을 당했기에, 그녀는 구치소에 갇혔다. 동시에 선거를 통해 문재인 씨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박근혜씨는 처음 6개월 구속기간이 지났는데도 또 6개월이 연장되었다. 이를 보면, 박씨는 재판소에서 자기가 변론을 하든 말든, 중형을 받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이다.

만약 재판에서 박씨가 무죄판결을 받는다고 가정하면 국회의원들의 얼굴에 먹칠을 하는 것이 된다. 더구나 헌법재판소의 재판관들 얼굴에 똥칠을 하게 되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마음도 편치는 않게 될 것이다.

무죄판결을 받을 것이라고 박씨는 전혀 기대하고 있지 않다. 그래서 박씨는 어차피 형을 받을 바에야 차라리 재판을 거부하고 형을 받는 것이 차라리 나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형무소 생활을 어느 정도 하고 나면, 8.15나 크리스마스 때 현직 대통령으로부터 특별 사면을 받고 풀려날 것이라는 것을 또한 예측하고 있을 것이다.

선진국들 중에서, 국회가 대통령을 먼저 탄핵하고, 그럴만한 죄가 있는지 없는지를 나중에 재판받도록 하는 나라가 한국 말고 또 어느 나라가 있는가? 지금 한국의 언론은 대체적으로 박근혜 반대파들이다. 박씨가 할 수 있는 일은 오직 재판 거부일 뿐일 것이라는 것을 나는 알 것 같다.

<조셩내/컬럼비아 의대 임상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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