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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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속세월(過速歲月)

2017-11-04 (토) 주진경 /은목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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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정유년 닭의 해도 이제 두 달 밖에 안 남았다. 성경에서는 세월이 빠르다는 것을 “세월이 날아간다(Time flies)” 라고 표현하고 있다. 금년이 닭띠인데 제비도 아닌 둔하기만 한 닭도 꽤 빨리 나르는가 싶다. 이렇게 빨리 날아가는 2016년과 2017년의 이제까지는 실로 다사다난한 세월이었다.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는 일들로 나라 안팎이 어지러웠다. 나라의 국정이 농단되고 대통령이 탄핵되어 감옥에 갇히기까지 하였다.

성경에 보면 기독교인이 아니라도 공명하고 심금에 새겨지는 경구가 있다. “너희 인생이 무엇이뇨. 너희는 잠깐 보이다가 사라지는 안개니라. 인생은 풀과 같고, 그 영화는 풀의 꽃과 같으며, 풀은 마르고 그 꽃은 시들어 땅에 떨어지느니라.” 잠깐 보이다가 사라지는 빠른 세월 가운데의 인생은 이와 같이 흥망의 성쇠가 부질없다는 것이다.

세월은 우주의 창조과정에서 인간에게 주어진 하나의 자산인데 그 자산(資産, Asset)은 인간이 물질처럼 소유 할 수 있는 자산이 아니다. 빨리 지나가는 세월은 붙잡을 수도 없고 멈추거나 속도의 완만을 조절 할 수도 없으며, 저장 할 수도 없고 분할하여 양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다만 그 세월이라는 자산은 내가 삶으로 누려야 하는 것이다.


시간, 세월을 헬라적 사상으로는 크로노스(Chronos)와 카이로스(Chairos)로 말한다. 어느 시계에는 그 문자판의 안쪽 아래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Chrono meter 라고 Tm여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것은 세상의 저급적 가치의 사건들이 지나가는 순간순간을 가늠하는 시계인 것이다.

이러한 시간을 ‘크로노스’라고 부른다. 그와는 반대로 고매하고 고상한 고급적 가치, 즉 의(義), 진리(眞理), 선(善), 아름다움(美), 이러한 삶의 순간순간의 연속을 ‘카이로스’라고 하며, 이는 크로노스의 사건들처럼 금방 사라지고 잊혀지는 것이 아니라 오래도록 잊혀지지 않고 간직되며 ‘나’ 아닌 이웃에 유익과 덕을 나타내고 공익을 세우며 나는 숨겨져 사라지는 것이다.

우리 인간이 누릴 하나님이 주신 세월을 보내면서, 그토록 마음껏 망가뜨리고, 내달리며 침 뱉고 쾅쾅거리며, 무책임하게 방기하고 잠자리에 누워있는, 그 밤사이에 하나님이 나에게 주신 자산이, 어제 하루의 방종한 삶에도 불구하고 다시 거기 새롭게 주어져 있기 때문이다.

<주진경 /은목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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