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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치매, ‘내 머릿속의 지우개’를 지워라

2017-10-24 (화) 임웅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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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30년 노인 7명 중 1명 ‘치매’… 중증 의료비 본인부담률 10%로 낮추고 요양원 환자도 지원

노인 치매, ‘내 머릿속의 지우개’를 지워라
노인 치매, ‘내 머릿속의 지우개’를 지워라

치매 노인이 인지재활치료사로부터 회상치료를 받고 있다. <사진제공=분당서울대병원>


우리나라의 치매 인구는 지난 2015년 64만명에서 오는 2030년 127만명, 2050년 271만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65세 이상 노인 10명 중 1명 수준에서 7명 중 1명꼴로 불어난다. 치매 관련 의료비와 돌봄 부담 등을 합친 사회적 비용도 같은 기간 13조원에서 106조원으로 8배 이상 급증한다. 문재인 정부가 ‘치매 국가책임제’에 드라이브를 건 이유다.

정부는 치매 진단·치료에 드는 건강보험·장기요양보험 본인부담을 낮추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우선 이달부터 중증치매 환자의 의료비 본인부담률을 20~60%에서 10%로 낮췄다. 또 종합 신경인지검사 3종(SNSB, CERAD-K, LICA)에 건강보험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기억력, 언어능력, 시공간 지각능력 등 다양한 인지영역을 평가해 진단·치료방침 결정 등에 활용하는 검사인데 종전까지는 건강보험 적용이 안 돼 상급종합병원에서 외래환자가 검사를 받을 때 20만~40만원을 본인부담해야 했다. 하지만 건강보험 적용으로 만 60세 이상의 치매 전 단계(경도인지장애), 경증~중등도 치매 환자의 진단 및 경과추적을 위해 실시할 때 6만5,000~15만원가량만 본인부담하면 된다.


치매 의심 환자에 대한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는 내년부터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신체기능이 양호한 치매 노인 40만명가량도 ‘장기요양 치매특별등급’을 받아 주야간보호시설 등에서 치매 악화를 늦추는 인지활동 프로그램에 참여하거나 집에서 방문간호 서비스를 저렴한 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치매·뇌졸중 등으로 요양원에 입소한 노인의 식재료비, 집에서 지내는 노인의 1회용 기저귀 등에 장기요양보험이 적용돼 본인부담이 크게 줄어든다.

만 66세 이상 노인은 무료로 2년마다 15개 항목의 인지기능장애 검사를, 치매가 의심되면 전국 252개 보건소 치매안심센터에서 상담·치매검진·서비스 연결 등을 지원 받게 된다. 센터는 치매단기쉼터(3개월 이하)와 치매카페 운영을 통해 치매 노인의 증상 악화를 늦추고 가족이 안정을 되찾도록 지원하는 역할도 한다.

치매 노인이 입원할 수 있는 공립 요양병원 치매병상도 지금의 34곳 1,898병상에서 내년까지 79곳 3,700병상으로 2배가량 늘어난다. 치매로 환각·폭력·망상 등 이상행동증상을 동반하는 중증 치매 환자 가운데 10~20%는 가정에서 돌보기 어렵기 때문에 우선 공립 요양병원부터 치매병상을 늘려 단기 집중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하자는 취지다.

김기웅 중앙치매센터장(분당서울대병원 교수)은 “치매 환자에게 의료·복지·작업치료·물리치료·전문요양 등 다양한 측면에서 효과가 입증된 치료·관리 방법을 통합적으로 제공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 지역치매센터와 요양병원·요양원 등 돌봄시설 치매 서비스의 전문성을 높이고 농어촌 인프라를 확충하는 게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김 센터장은 또 “초기 치매는 오진 위험이 높기 때문에 장기요양보험 적용 대상을 확대하려면 지금보다 엄밀한 치매 진단평가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며 “전문의·의료장비 등 의료자원 분포를 고려하되 정신건강의학과·신경과·재활의학과 전문의 등의 진찰, 정밀한 신경심리평가와 컴퓨터단층촬영(CT)·자기공명영상(MRI) 등 구조적 뇌영상검사를 필수요건으로 하는 선에서 최적의 조합을 도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치매 인정 기준을 어떻게 만들고 어떤 보험 혜택을 줄 것인가 하는 실행 프로토콜을 정밀하게 짜야 재정 낭비와 도덕적 해이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임웅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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