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타민D 결핍이 치매 가능성을 높인다고 알려졌지만 남성의 경우 크게 상관이 없고, 여성도 특정 유전자를 갖고 있지 않은 경우에만 유효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의 약 15%가 해당 유전자를 보유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비타민D 결핍이 치매 위험을 키운다는 건 ‘절반의 진실’에 그치는 셈이다.
분당서울대병원은 인지기능이 정상인 노인 1,547명을 대상으로 10년간 정기적으로 인지기능검사(MMSE)와 혈중 비타민D 농도 검사를 시행한 결과, 이 같은 결론을 얻었다고 7일 밝혔다. MMSE는 치매나 인지 저하 여부 확인에 쓰이는 질문지 검사다.
결과를 보면 성별과 유전자형에 따라서 비타민D가 인지기능 저하에 미치는 영향이 달랐다. 남성의 경우 비타민D의 혈중 농도가 높은 사람과 낮은 사람 간의 인지기능점수 저하 속도가 비슷했다. 비타민D가 특별한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여성은 특정 유전자(APOE ε4)를 갖고 있는 경우 비타민D 결핍과 인지기능 저하 간의 상관관계가 나타나지 않았다. 여성의 약 15%가 해당 유전자를 갖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인구의 절반 이상은 비타민D 결핍이 인지기능 저하의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APOE 유전자는 세 가지 종류(ε2·ε3·ε4)가 있으며, 부모로부터 한 개씩을 물려받아 두 개의 유전자가 쌍을 이뤄 우리 몸에 작용한다. APOE ε4를 갖고 있는 경우 치매 발병 가능성이 높고,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APOE 유전자가 모두 ε4인 경우에는 그 위험이 더욱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APOE ε4 유전자를 갖고 있지 않은 여성의 경우에는 비타민D 혈중 농도가 낮은 집단의 인지기능점수가 그렇지 않은 집단보다 더 빠르게 감소했다. APOE ε4 유전자를 갖고 있는 경우 비타민D 결핍이 인지기능 저하에 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지만, 반대로 이를 갖고 있지 않은 경우엔 중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비타민D는 칼슘과 인의 흡수를 조절해 뼈를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여기에 뇌 신경세포의 기능 유지, 신경 보호에도 기여한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두뇌 비타민’으로 불려왔다. 그러나 비타민D 결핍이 인지기능 저하와 관련이 없다는 연구결과도 보고되는 등 그간 효과를 두고 이견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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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태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