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빅브라더가 온다

2017-08-12 (토) 박미경/편집실 부국장 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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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전에 개봉한 영화 ‘킹스맨’에서 IT천재 발렌타인은 사람들에게 공짜 셀폰 SIM카드를 나눠주고 원격으로 조정해 서로 공격하게 만든다. 그리고 고위직 인사들을 파티에 초대해 목뒤에 작은 생체칩을 심고 원격으로 뇌를 폭파시켜 넘쳐나는 인류를 정리하려 한다. 당시 영화의 잔인한 폭력성에 더해 사람들의 관심을 끈 것은 몸 속의 작은 생체칩 ‘베리칩’이다.

영화속의 이야기만으로 치부하기엔 베리칩이 너무 많이 현실속으로 들어와 있기 때문이다.

‘베리칩’이란 쌀알만한 크기의 마이크로 칩으로 쉽게 인체에 이식이 가능하며 그 작은 칩 속에 모든 개인정보를 담을 수 있다.베리칩사는 2006년 미국 특허를 받고 FDA의 판매 승인을 받아 상용화를 시도하다 인권단체 등의 저항에 부딪혀 계획을 접어야 했다.


하지만 반려견과 고양이 등 애완동물 등에는 미국, 유럽 여러 국가에서 오래전부터 칩을 몸 속에 심어 의료기록 등 각종 정보를 관리하고 있다. 심지어 한국은 애완동물 관리법으로 법제화되어 칩을 심지 않으면 벌금형에 처해지기도 한다.

또 한국의 모 대기업은 회사의 전 직원에게 칩을 심어 정보를 수집하는 의료, 바이오 사업 솔루션을 제시하고 사업팀을 꾸리리고 했으며, 회사의 전 직원에게 칩을 심으려다 법적인 문제로 유보했다는 말도 있다. 하지만 유럽의 한 기업에는 이미 오래 전에 직원들에게 칩을 이식해 사무실 출입과 사무기기 이용, 카페테리아 결재 등을 하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도 이와같은 일이 벌어졌다. 뉴스에 따르면 위스컨신주의 한 소규모 IT회사는 직원들의 손가락에 칩을 이식해 출퇴근을 관리하고, 사내 복사기 이용, 명함공유 그리고 건강정보 축척 등에 활용한다고 한다. 일명 ‘RFID(전자태그)’ 기술을 이용한 칩을 원하는 직원들에 회사가 경비를 부담하고 무상으로 심어준다고 한다. 직원 85명 중 절반이 넘는 50명이 이미 신청을 한 상태라고 한다. 편리한 회사 생활과 GPS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벌써부터 사생활 침해 등 갑론을박이 시끄럽다.

칩속의 정보가 외부의 데이터베이스로 이동되는 순간부터 사원들의 행적은 고스란히 정보화되고 기록으로 남는다. 칩을 이식한 직원이 언제 어디서 무슨 일 하는 지 추적하고 감시하는 일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대용량의 메모리를 내장하고 위치추적이 가능한 칩을 이식하면 질병에 시달리는 환자나 치매환자들에게는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이 병원 저 병원에서 일일이 의료기록을 찾아다니는 일도 없을 것이며, 집 주소를 기억 못해 길에서 해메는 치매환자들을 쉽게 찾아낼 수도 있을 것이다.

또 터널이나 하이웨이 톨부스에서 긴 시간을 정체하며 기다릴 필요도 없으며, 지갑이나 신용카드를 잃어버려 난감한 상황이 되는 일도 없을 것이다. 또 테러공포에 시달리며 특정 종교인이나 민족을 무차별적으로 테러리스트로 몰고 가거나, 공항 출입을 통제해 강제로 생이별, 이산가족을 만드는 일도 줄어들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 사생활 침해와 전자감시를 통한 개인정보 유출 문제 또한 무시할 없는 부분이다. 또한 인간의 존엄성이 훼손당하고 모든 인간이 하나의 상품처럼 바코드화 된다면 이또한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조지오웰의 ‘빅브라더’의 감시와 킹스맨의 디스토피아가 결코 멀게만 느껴지지 않는 이유다.

<박미경/편집실 부국장 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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