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믿기 어려운 사실

2017-08-08 (화) 김성실/연합감리교회 여선교회 인종정의 정책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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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웨체스터 칼럼

요즈음도 빈번히 일어나고 있는 흑인들을 비하하고 차별하고 심지어 그들의 목숨까지도 쉽게 앗아가는 경찰들의 행동에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 백인 우월을 암시하는 뉴스가 나올 때마다 흑인 노예 프레데릭 다글라스가 떠오른다. “19세기 미국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가졌던 아프리카인으로 미국인들의 양심을 휘저은 이”라고도 불리는 그의 자서전에는 믿기 어려운 사실들이 적혀있다.

농장주인 백인 아버지와 노예였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프레데릭 다글라스는 서너 살 때에 어머니와 헤어져 고아로 자랐다. 추위와 배고픔과 힘겨운 노동은 물론, 밤에는 수시로 채찍질을 당했으며, 식탁 밑에 떨어진 음식 찌꺼기나 빵 부스러기를 먹기 위해 개하고 싸웠고, 주인식구들의 식탁보를 털 때 떨어지는 음식 부스러기나 고양이에게 던져진 작은 생선뼈를 주워 먹었다. 채소나 과일을 몰래 따 먹다 들키면 매질을 당한다.

인물이 좀 있는 노예들에게는 가사일과 주방요리를 맡기고 식사 시중을 들게 하며 노동을 하는 다른 노예들과 차별을 하여 노예들끼리 질투하고 불신하게 하였다. 주인들은 노예 부리기에 성공하려면 어떤 방법으로든 노예들이 서로 반목하도록 하여야 한다는 철칙을 지키고 있었다.


영국인 윌리스 린치(Willie Lynch)는 미국 노예 소유자들의 초청을 받아 1712년 버지니아 주의 제임스 강변에서 다음과 같은 ‘노예 부리는 법을 강연했다. 젊은이와 노인들이 서로 불신하도록 하고, 피부색이 짙은 이와 옅은 이가 반목하며, 여성과 남성이 의심하게 하고, 이 모든 노예들을 불신하는 백인하인으로 하여금 그들을 관리하게 한다.

오직 주인만이 노예들의 절대적인 사랑과 신뢰와 존경의 대상이라는 것을 인식시켜줘야 완전히 컨트롤 할 수 있으며, 이 방법을 부인이나 자녀들에게도 가르쳐 주어야 한다. 노예는 야생마와 같아서 잡아매어 길을 들여야 하며, 품종개량을 위해서 백인의 피가 많이 섞여 피부가 옅어질수록 질이 좋은 노예가 만들어진다고도 했다.

백인의 피가 어느 정도 섞이느냐에 따라 다양한 색조의 노예들이 생산됨으로 그에 맞는 일거리를 줄 수 있다. 많은 노예출산을 위해 될수록 많은 여성노예를 임신시키는 것이 중요하며, 그들의 모성을 자극하여 자녀들이 주인에게 일찌감치 복종하는 법을 가르친다.

예를 들어 두 여성 노예를 임신시키게 한 남성은 멀리 보내고 두 여성이 아기를 기르게 하면 아기들은 전적으로 엄마에게 의존하게 되어 여자아기는 엄마처럼 독립적이며 타협할 줄 알게 기르고, 남자 아기는 정신적으로 약하여 늘 의존하게 키우되 육체적으로는 건강하게 길러서 최대한으로 빨리 번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였다.

백인우월주의와 특권사상이 불러온 이 끔찍하며 잔혹하고 무자비한 비인간적인 태도의 여파는 지금도 미국사회 구석구석에서 꿈틀거리고 있어서, 비교적 자연스럽게 미국 사회에 섞여 살고 있는 우리 한국인들에게도 전혀 무관하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김성실/연합감리교회 여선교회 인종정의 정책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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