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이름은 모두 어떤 의미를 갖고 있다. 예를 들어 필자의 이름은 지선(芝善), 향기롭고 선한 사람이 되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그렇다면 치아의 이름은 어떨까?
우리는 치아를 생긴 모양과 위치에 따라 구분하여 부른다. 앞니, 송곳니, 작은 어금니, 큰 어금니 등의 이름을 들으면 우리는 그 모양 혹은 위치에 대해서 대략적인 이미지를 그릴 수 있게 된다. 비슷하게 생긴 어금니가 여러 개인 경우 앞에 있는 것을 첫째 큰 어금니(제1대구치), 뒤에 있는 것을 둘째 큰 어금니(제2대구치)라고 부른다. 이렇게 치아의 이름은 매우 합리적인 기준에 따라서 작명되었다.
그런데 이 규칙에 예외가 하나 있으니 바로 그 무시무시한 사랑니이다. 사랑니를 뽑을 때의 아픔을 느껴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예쁜 이름과 다르게 사랑니가 얼마나 무서운 존재인지 알고 있을 것이다. 대학시절, 필자는 치과대학 선배의 졸업을 위해서 20여 년간 고이 간직해온 네 개의 사랑니를 헌납하였다. 두 개씩 두 번에 걸쳐서 사랑니를 뽑았는데, 그 아픔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었다. 사랑니를 뽑은 다음날, 마치 볼거리에 걸린 다섯 살짜리 아이처럼 나의 볼은 퉁퉁 부어올랐고 무려 일주일간 그 상태가 유지되었다. ‘도대체 왜 사랑니는 사랑니인 것인가! 이해할 수 없는 작명센스다.’라며 투덜거렸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사랑니는 여러 이름을 가지고 있다. 사랑니, 지치, 셋째 큰 어금니(제3대구치) 등이 그것이다. 사랑니라는 이름은 이 치아가 보통 사랑을 알게 되는 나이인 18~20세 사이에 나온다고 하여서 붙었다고 한다. 또 사랑니가 맹출 될 때 심한 통증이 동반되기도 하는데, 이것이 첫사랑의 아픔과 비슷하다고 해서 사랑니라는 이름이 붙었다고도 한다. 지치(智齒)라는 이름은 ‘Wisdom tooth’라는 영미권에서 사랑니를 부르는 호칭을 변환한 것으로 지혜의 치아라는 의미를 갖는다. 이것은 사랑니가 나오는 나이에 철이 들고 지혜로워진다는 뜻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문제는 이 사랑니가 비정상적으로 나는 경우가 매우 많다는 것이다. 사랑니는 다른 치아가 모두 맹출 한 이후에 나오게 되는데, 턱뼈에 치아가 나올 공간이 부족할 경우 비정상적으로 맹출되거나, 혹은 아예 매복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비정상적으로 맹출되거나 부분 매복된 사랑니는 양치가 매우 어렵기 때문에 썩기 쉽고, 앞 치아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
필자가 보았던 것 중 가장 최악의 케이스는, 비정상적인 사랑니 때문에 바로 앞에 위치한 큰 어금니에 어마어마한 충치가 생겨서 결국 쓸모없는 사랑니 때문에 소중한 어금니까지 잃게 되는 것이었다. 물론 사랑니라고 해서 무조건 뽑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정상적인 위치에 맹출된 사랑니는 이름 그대로 ‘셋째 큰 어금니’로서의 역할을 감당할 수 있으니 잘 관리해서 유지하는 것이 ‘지혜로운’ 선택일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20대 초반에 사랑니에 대한 평가를 받는 것이 중요한데, 사랑니의 위치를 알 수 있는 파노라마 엑스레이를 촬영하여 손쉽게 평가를 받을 수 있다. 나에게 큰 위험과 고통을 줄 수 있는 사랑니라면 아프기 전에 뽑는 것이 옳을 것이고, 나에게 유익이 되는 세 번째의 큰 어금니라면 잘 관리해서 평생을 유지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무조건 우리에게 유익이 되는 다른 영구치와는 다르게 지혜로운 선택이 필요한 사랑니, 그래서 사랑니가 사랑과 지혜를 알 만한 나이에 나오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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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선/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