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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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 주는 즐거움

2017-08-05 (토) 홍성애/뉴욕주 법정통역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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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은 본격적인 여행계절이다. 나는 한 한국여행사의 야심찬 관광상품 광고를 보고 만사제치고 떠나기로 즉흥적인 결정을 내렸다.

차로 편도가 10시간 넘는 캐나다의 몬트리올과 퀘벡으로 가는 2박3일의 빡빡한 일정이 부담되긴 했지만 몬트리올에서의 저녁프로인 서커스(Cirque Du Soleil)관람은 나를 몹시 유혹했다. 태양의 서커스단이 탄생된 곳이 바로 몬트리올이란 점이 더욱 관심을 끌었으니까.

여행이란 항상 설레고 즐거운 것… 오랜만에 해 보는 한인들끼리의 여행은 뭔가 모르게 마음이 놓이고 안심되는 게 있다. 52명이 꽉 찬 우리 코치버스는 가이드의 지시로 몇 개의 그룹으로 나누어 팀장을 뽑고 인원 점검도 하는 등 아주 효율적이었다. 얼마 전 일본 여행생각이 났다.


일본 규슈지역으로 일본인 관광단과 같이 갔는데 얼마나 질서가 정연하고 버스간이 절간처럼 조용하던지! 그러나 여행의 흥겨움같은 들뜬 기분은 전혀 느낄 수 없었다. 그런데 이번엔 달랐다. 준비해 온 가지가지 간식도 서로 권하고 재미난 이야기도 주고받으면서 한국사람의 정이 물씬 풍기는 장면이 아주 자연스레 펼쳐졌다. 아, 이래서 한국에 온 외국인들이 친절함과 따뜻한 정에 반하겠구나 싶었다.

우리조의 한 부부와는 대화를 나누던 중, 내가 살던 혜화동에서 같은 초등학교를 다녔다는 걸 알고 얼마나 희한하고 반갑던지! 여행에서 사진 찍는 건 필수적인 것? 그분(미스터 리)은 사진 찍을 때 뒷배경이며 포즈를 지시해 주시면서 여간 세심히 찍는 게 아니었다. 덕분에 이번 여행에서 좋은 사진도 많이 얻을 수 있었다. 나는 그 드라마를 못 봐서 어리둥절했지만 퀘벡에서 ‘도깨비’를 촬영한 곳에선 “여기가 도깨비 나타난데 아니야!” 하며 좋아라 사진 찍는 걸 보며, 여행은 이렇게 사람을 어린애같이 순진하게 만드네 하며 웃었다.

여행이란 단지 흥미로운 곳에 가서 문화유적 또는 신기한 경관을 보고 감탄하고 맛있는 그 고장 음식을 찾아 음미하는 것 외에 이렇게 모르는 이들과 같이 다니며 추억의 한 자락을 공유하는 즐거움이 있다.

프랑스풍이 물씬 나는 색다른 퀘벡을 뒤로 하고 뉴욕으로 돌아오는 길에 들린 오저블 협곡 (Ausible Chasm)은 하나의 새로운 발견이었다. 뉴욕주에 이런 데가 있었네! 완전히 그랜드캐년의 축소판이잖아? 절로 감탄이 나왔다. 이건 완전히 신의 작품인 자연경관이다.

옷깃만 스쳐도 몇 억 겁의 인연이라는 불가의 말이 떠오른다. 짧은 여정이지만 같은 버스 타고 며칠을 같은 스케줄에 맞춰 보냈다는 건 그야말로 큰 인연이라 할 수 있겠다. 같이 길 떠났던 우리 여행길의 동반자들, 어디 계시던지 모두 평안 하시기를! 누가 아는가? 어느 인생 여정에서 다시 만나게 될지…

<홍성애/뉴욕주 법정통역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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