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불안한 사회

2017-08-07 (월) 최효섭/아동문학가·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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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7대 불안은 다음과 같다. 대기 오염, 수질 오염, 신종 풀루(감기), 미세먼지, 광우병, 해양 오염, 기후 변화(홍수 폭염 가뭄 등) 그 모든 불안의 요소들이 쉽게 해결할 수 없는 것들임을 알 수 있다. 그 만큼 한국의 문제들은 답안이 쉽게 나오지 않는다는 이야기이다. 정치인도 경제인도 해결하기 힘든 사안들이다. 세월호 참사 같은 초대형 사건이 발생한지 10년이 지나서야 그 진상이 발표된 예를 생각하면 구멍 뚫어진 행정의 빈곤상이 여실히 드러난다.

한국인의 기대치 조사도 흥미롭다. 정부를 기대한다는 사람은 100점 만점에 28.1점, 각계의 전문가를 기대한다는 자가 37.6점, 자기 가족을 기대한다는 사람이 57.1점, 자기 자신 만을 기대한다는 자가 55.7점이다. 결국 나와 내 식구만을 믿을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한국에 ‘노푸족’이란 새 말이 있다. 머리 감을 때 샴푸를 쓰지 않으니까 No Shampoo를 묶어 노푸족으로 한 것이다. 왜냐 하면 샴푸에 들어간 화학물질을 믿을 수 없어 샴푸를 사지 않는다. 그런가 하면 ‘환타’란 새 말도 있다. 무슨 약 이름 같은데 사실은 환기 타임을 줄여 환타로 한 것이다. 이웃끼리 서로 “지금 환타여요!” 하고 소리 지르면 환기할 시간이니 창문을 열어도 되겠다는 말이다. 공기가 더 나쁠 때가 있고 덜 나쁠 때가 있어 시민들은 그 걸 서로 잘 알고 하는 말이다.


베이킹 소다라고 하면 빵 만들 때 반죽을 부풀리게 하는 약품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한국에서는 청소용으로 쓴다는 말을 듣고 놀랐다. 식품으로는 믿을 수가 없어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드디어 ‘노케미족’이란 말이 나왔다. No Chemical(No 화학물질)을 주려 화학물질을 거부하는 사람들이란 뜻으로 ‘노케미족’이 되었다. 미국에서는 볼 수 없는 것이 있는데 미세먼지 측정기이다. 정확도는 알 수 없으나 어쨌든 집집마다 미세먼지 측정기가 있어 실내의 미세먼지 오염도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산다.

물론 수돗물도 믿을 수 없으니까 정수기와 생수는 필수품이다. 환경오염에 대한 한국 국민의 불안도는 79.4%로서 사람들이 불안한 상태에서 날마다의 삶을 이어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것을 한국의 심리학자들은 ‘국민적 트라우마’라고 부르고 있다. 트라우마(Trauma)가 상처란 뜻이니까 ‘국민적 상처’라고 부를 수 있겠다. 매스컴의 보도도 확실한 사실인지 아닌지 국민의 신뢰도는 반반이라고 하니 믿고 의지할 데 없는 불안한 사회이다.

병원 신생아실에서 한 아기가 울면 모두가 따라서 울기 때문에 아기들을 평화스럽게 잠들게 하는 여러 방법을 연구한 결과, 모태에서 듣던 어머니 심장의 고동소리를 녹음해서 들려준 것이 가장 효과적이었다고 한다. 교회에 가서 조용히 명상이나 기도에 스스로를 잠그면 마음의 평화를 얻는 데는 매우 효과적이다. 신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더라도 우선 당신 자신의 평화를 위해서라도 한 번 시도해 보라. 분명히 효과가 있을 것이다.

마음의 평화는 정말 중요하다. 속이 불평한 사람은 그가 맺는 열매도 쓸 수밖에 없다. 남을 비평하고 중상하는 것도 내 마음에 평화가 없기 때문이다. 질투하고 미워하는 것도 내 마음이 편치 않기 때문이다. 속이 불편한 데서 온갖 부정적인 결과가 나온다. 반면에 마음의 평화가 있으면 모든 아름다운 열매들이 맺힌다. 용서하고 사랑하는 마음, 칭찬하고 격려하는 말, 세상을 긍정적으로 보고 미래에 희망을 갖는 마음도 평화로운 마음에서 나올 수 있다.

평안은 착한 마음의 산물이다. 욕심은 평안을 교란한다. 죄짓고 평화를 기대할 수는 없다. 예수가 남긴 가장 아름다운 약속은 “내가 나의 평안을 너희에게 주노라.”(요한복음 14:27)하는 약속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그 약속을 믿고 예수를 믿는다.

<최효섭/아동문학가·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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