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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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맞수는 복

2017-08-04 (금) 민병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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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브로드웨이 뮤지컬 ‘ 워 페인트 (War Paint )’ 를 보았다. 올 4월6일 정식 개막되어 두 레전드 배우, 둘 다 토니상 수상자인 패티 루폰과 크리스틴 에버솔이 열연한다. 루빈스타인 역의 패티 루폰과 아덴 역의 크리스틴 에버솔, 이 두 사람의 노래를 듣기위해 관객들은 폭염 속에도 입장을 위해 두 시간씩 줄 서있는 것을 감수한다.

이 뮤지컬은 1910년대에 화장품 산업을 창시한 여성 CEO 헬레나 루빈스타인(1870년~1965년)과 엘리자베스 아덴(1878년~1966년)의 이야기다. 20세기 초 화장품은 매춘부나 배우들의 전유물로 인식되었고 가게에서 화장품을 사면 종이봉투에 담고 나왔던 시절이었다.

두 사람은 각각 피부손질용 크림을 개발하여 체인점과 뷰티센터를 통해 대중보급에 나섰고 1930년대 할리웃 영화산업이 발전하면서 화장품의 대중화가 이뤄져갔다. 1938년에는 인체에 유해한 성분을 금지하는 식품 의약품 화장품법 규제로 운영이 어려워진다. 그들은 성분과 제조기술을 개선하는 각각의 노하우로 난관을 헤쳐 나간다.


‘모든 여성은 아름다워질 권리가 있다’, ‘못생긴 여자는 없다, 다만 게으른 여자가 있을 뿐이다‘ 등등 여성의 자존심을 건드리면서 우아하고 고급스런 이미지로 고가의 화장품을 판매했다.

이들은 둘 다 거부가 되었고 혼자 다 가지지 않았다. 루빈스타인은 여성 과학자 육성을 위한 장학재단을 설립했다. 1920년 8월18일 미국 여성의 참정권이 수정헌법 19조로 주어지자 아덴은 선거 때가 되면 여성들에게 투표하라고 외쳤다, 투표를 한 여성에게는 빨간 립스틱이 공짜!... 얼굴에 화장을 시작하면서 미국 여성들은 사회에 나가 돈을 벌었고 전문적인 직장 여성 이미지를 만들어 나갔다.
두 사람은 이민 1세다. 루빈스타인은 폴란드에서 태어난 20세에 호주로 갔다가 미국으로 이주했고 에덴은 캐나다 오타와주 시골출신으로 뉴욕으로 왔다. 이 두 사람은 50년을 함께 경쟁했지만 한번도 만난 적이 없다고 한다. 뮤지컬 ‘워 페인트’에서는 두 여인을 단 한번 만나게 한다.

루빈스타인은 아덴의 입술화장을 고쳐주며 말한다. “우리는 좋은 맞수였다. 그것이 우리 자신을 끌어올렸다 ”고...누구나 아는 그 흔한 말이 뮤지컬의 마지막을 장식했다.
경쟁을 하는 맞수는 서로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된다.

경쟁의 긍정적인 측면은 특히 운동경기에서 훌륭한 기록과 좋은 경기를 나오게 한다. 지난 4월에도 일본 피겨스타 아사 다마오가 현역은퇴 선언을 하면서 김연아를 일러 ‘서로 좋은 자극을 주고받았던 존재로 함께 성장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뉴욕 한인업계도 맞수가 있다. 은행, 마트나 전자제품, 식당, 제과점과 까페, 선물센터, 미용실, 스파 등등....
소비자는 프로그램이나 제품 혹은 식품의 신선도, 가격, 성능, 애프터 서비스를 따져서 이왕이면 품질이 좋고 서비스도 좋은 곳을 선택한다. 맞수들은 정정당당하게 품질 개발, 특가상품전, 좋은 프로그램 개발 등을 통해 비즈니스 규모를 키워나가야 한다.

코카콜라와 펩시를 보면 이들은 소모적 경쟁을 하지 않았다. 펩시는 웰빙 키워드를 도입, 비탄산 음료를 개발하여 코카콜라와 영원한 맞수가 되었다. 한인업소도 이러한 창조적인 개발이 필요하다.

한편 한국의 네이버와 카카오는 AI(인공지능) 서비스를 곧 가동할 것이라 한다. 카카오아이는 현대•기아차 제네시스에 장착되어 운전자 음성으로 길 안내를 하고 네이버 인포테인먼트(IVI)가 탑재된 그린카는 지도, 뮤직 등을 음성 모바일 서비스 한다고 한다. 이 두 업체는 장기적으로 AI기술을 개방하여 누구나 가져갈 수 있게 한다는 계획인데 사회적으로도 기여하는 참된 맞수라 할 수 있다.

헬레나 루빈스타인은 여성 과학자를 배출시켰고 엘리자베스 아덴은 비록 립스틱으로 유혹하였지만 여성의 투표 참여를 권장했다. 현재 미국에서 투표 하는 여성 유권자수가 남성 유권자 수보다 많은 것이 그 결과다. 살면서 좋은 맞수를 만나는 것도 복이다.

<민병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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