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반도와 미중 힘겨루기

2017-08-02 (수) 여주영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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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에는 그리스와 로마가, 중세에는 아랍과 이탈리아가 지중해를 제패했다. 근대 세계사도 해양패권을 누가 갖느냐에 따라 승자가 결정됐다. 포르투갈과 스페인이 세계 3대 해양인 대서양, 태평양, 인도양을 누비며 쟁탈전을 벌였고, 영국은 스페인의 무적함대를 격파하고 바다의 지배권을 차지, 해가 지지 않는 대제국이 되었다. 미국은 세계 제2차대전에서 승리한 뒤 오늘날 세계에서 제일가는 강국이 되었다. 이처럼 세계는 해양이든, 육지든 힘겨루기로 이기면 강국이 된 것이다.

국가간의 힘겨루기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한반도를 두고 지금 패권다툼을 벌이고 있는 미국과 중국의 신경전은 당장 무슨 일이라도 벌일 듯 긴장감이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북한이 지난달 28일 오후 언제 어디서건 미 본토까지 자유자재로 쏠 수 있는 사정거리의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을 전격 발사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추정 사거리가 1만km 이상 되는 이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미국은 앞으로 서부 해안은 물론, 뉴욕, 보스턴과 같은 동부까지 사정권에 들어갈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미국의 어느 곳도 이제 안전지대가 없는 상태가 돼버린 것이다. 사거리 1만km 이상의 미사일이 발사되면 미 전체 인구중 1억2,000만명이 사정권에 들어간다고 하니 이는 엄청난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미국인들의 불안감이 고조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미국은 이 지경까지 오게 한데는 그동안 북핵문제 해결에 소극적이었던 중국의 책임이 크다며 중국에 대한 금융 및 무역제재의 세컨더리 보이콧 카드를 시행하겠다며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

이처럼 양국간 분위기가 악화될 경우 어찌 국가간의 문제라고만 할 수 있을까. 미국내 수많은 중국인들, 중국내 많은 미국인들 간에 보이지 않는 갈등이나 대립, 쌍방간에 상품 불매운동 등의 심각한 문제는 없을 것인가. 치명적인 결과들을 생각하면 불안한 심기를 감출 수 없다.

한국에 배치된 사드문제를 두고 중국의 교민들은 얼마나 한국에 대한 적대감을 보였는가. 영화, 비디오 등 중국을 휩쓸던 한류문화가 하루아침에 식어버리고 한국산 화장품이나 전자제품에 대한 불매운동, 한국인에 대한 적대감 표출 등 얼마나 심각한 일들이 많이 벌어졌는가.

하지만 류제이 주유엔 중국대사는 “한반도 안정과 평화, 북한의 비핵화는 당사국인 북미간이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절대 중국의 책임이 아니다.” 라고 선을 긋고 있어 미중간 갈등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두고 대다수 미 군사전문가들은 미국이 북핵문제에 너무 안일하게 대처했다며 지금이라도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역설하고 있다. 미 전략국제연구소 미사일방어계획 총괄 토마스 카라코는 “북한이 국제사회의 거듭된 경고에도 불구 지속적인 도발을 감행하고 있다.”며 “지금은 대화보다는 압력을 가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러한 분위기는 지난 4월 트럼프 미국대통령과 시진핑 중국국가 주석의 회담직후 나온 한반도 위기설과 북한의 폭격설에 더욱 힘을 실어준다. 실제로 트럼프는 북한이 도발을 해올 때마다 중국이 협력하지 않으면 미국이 독자행동도 불사하겠다며 으름장을 놓아왔다. 트럼프는 말장난은 절대 하지 않는다며 시리아 폭격설도 실제 감행해 보였다.

미국은 과연 남한 수도권에 8만 명에 달하는 미국민을 포함, 2,800만 명이 거주하고 있는 지정학적 상황에서 북한의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군사적 조치를 감행할 수 있을까. 아니면 북한을 어쩔 수 없이 핵보유국으로 인정해야만 할 것인가.

남북한 분단의 현장이 된지 70년이 다 됐는데도 한반도가 여전히 강국의 패권다툼 놀이터가 되고 있는 사실이 가슴 아프기만 하다. 과연 미국은 중국의 도움 없이 전 세계를 위협하는 북한의 핵문제를 해결해낼 수 있을까.

5,000년의 역사를 통해 중화문명이라는 찬란하고도 거대한 문명을 일으켜 세계 모든 나라들에게 경이와 신비의 대상이 되어온 나라, 중국은 이제 자구촌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새롭게 변모할 때가 되었다. 전 세계인은 지금 중국의 지혜로운 결단을 지켜보고 있다. juyoung@koreatimes.com

<여주영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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