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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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지몬트 독립만세?

2017-07-25 (화) 나리 /간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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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호사 나리씨의 사는 이야기

미국의 긴 여름방학은 독립기념일로 시작하고 노동절로 끝맺는다.

독립기념일에 어디로 휴가 갈 지, 누구와 바비큐를 할 지, 불꽃놀이는 어디가 좋은가 묻지만 정작 그 독립기념일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다는 걸 알았다. 아들의 교과서를 펼쳤다. 영국의 강한 조세정책에 대한 반발과 차 마시는 즐거움 마저 높은 세금으로 빼앗기자 식민지 서러움에서 해방되고자 전쟁을 시작한다.

아들의 책을 내려놓고 보니 먼 옛날이야기라 하기엔 너무나 낯익다. 내가 낸 세금에 대한 귄리와 자유함, 지금 이 동네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이름하여 “Incorporate Edgemont 에지몬트 독립운동”.


에지몬트는 타운이 아닌 학군 이름이다. 내가 사는 이 곳은 우편주소는 스카스데일(Scarsdale)이지만 행정구역은 그린버그 타운( Town of Greenburgh)에 속해 있고 학군은 에지몬트(Edgemont )로 되어있다. 좀 복잡하지만 세금이 어디로 쓰이는가를 보면 확실하게 이 차이를 알 수 있다. 우리가 내는 세금 중에 중요한 두 가지 세금이 재산세와 학교 세금이다. 이 중에서 재산세는 스카스데일이 아닌 그린버그 타운으로 들어가고, 학교 세금도 스카스데일 학교가 아닌 에지몬트 스쿨 디스트릭트로 보내진다.

학교 세금은 학교를 위해 사용되니까 다행이지만, 우리가 내는 재산세는 내가 사는 이 곳 뿐 아니라 그린버그 타운 안에 있는 다른 동네에도 쓰인다. 거기까진 이해할 수 있다. 문제는 성적이 좋은 에지몬트 학군의 집 가격이 다른 동네보다 높아 세금이 많이 걷어지니 타운에서는 에지몬트 재산세를 올리고 에지몬트에 더 많은 집을 지어 세금을 더 걷으려고 하는 데 있다.

미국도 처음부터 영국으로부터 독립 하려고 한 것은 아니다. 살다 보니 영국의 부당한 조세정책의 실체를 알게 되었고, 자신들이 사는 곳에 대한 자신들의 권리가 없음을 알게 되면서 독립은 시작되었다.

에지몬트 독립운동도 비슷한 길을 간다. 그저 학군이 좋으니 비싼 세금을 참작하고 이사는 왔지만, 그린버그 타운의 봉이 되어가는 꺼림칙함에 세금은 매년 오르는데 줄어드는 학교의 서비스나 여러 가지 타운 서비스에 대한 우려와 내가 낸 세금이 제대로 쓰이는지에 대한 각성이 생겨났다.

처음 왔을 때 18명 정도 되던 한 학급당 학생 수는 아들이 초등학교 졸업반일 땐 한 반에 24명이 되었다. 물론 학생 수가 커진다고 배움의 질이 떨어질 수 없다고 주장도 하지만 한 반에 24명은 좀 많은 것 같다. 타운 문화센터에 일이 있어 전화를 하면 일하는 사람은 항상 자리에 없다. 메시지를 남겨도 연락이 없다. 하지만 그 사람의 월급은 내가 내는 세금에서 나가고 있다.

이번 에지몬트 독립운동을 보면서 이웃인 하츠데일도 독립을 선언할까 간을 보고 있고, 다른 타운 주민들은 수십 년 전부터 시도한 에지몬트 독립이 이뤄질지 관람 중이다.
독립 신청서를 내기 위해서 주민의 진정서 서명을 받는 사람들에게 “영주권자라 세금은 내지만 투표권이 없어요.” 라고 답하고 한 발 물러나던 나에게는 이번 기회에 미국시민이 되어야 할지 고민하는 7월이다.

<나리 /간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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