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맥도날드화’

2017-07-25 (화) 김창만/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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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도날드가 세계를 침투하고 있다. 도저히 침투할 수 없을 것이라고 예상되던 아프리카 오지에도 맥도날드 매장은 있다. 러시아, 중국, 쿠바 같은 강성 공산국가에도 빅맥은 코카콜라와 함께 있다.

1981년에 한국에 맥도날드는 들어왔다. 하지만 1988년이 되어서야 첫 매장이 오픈했다. 7년의 준비과정이 소요되었다. 현재 128개 국가에 산재해 있는 맥도날드 매장 수는 3만 5,000개가 넘는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전 세계 어딘가에 하루 3개의 매장이 생겨나고 있다.

고칼로리, 고트랜스지방, 고정제 정크 푸드로 수많은 비방을 받는 중에도 맥도날드는 꿋꿋이 살아남아 세계를 무섭게 맥도날드화(McDonaldization)하고 있다.


맥도날드의 빅맥은 세계 어디를 가든 동일하다. 균등화 된 크기, 품질, 가격, 분위기가 고객의 기대감을 보장한다. 뉴욕 맨하탄에서 먹는 빅맥의 맛과 풍미가 중국 상하이에서 먹는 그것과 동일하다. 맥도날드 매장은 불확실성으로 가득한 현 세상에서 확실성을 부여하고, 편리를 추구하는 현대인의 심리를 만족시킨다.

‘예측 가능성’은 맥도날드 마케팅 전략의 비밀이다. 빅맥의 균등화된 품질이 예측 가능성을 낳았고, 맥도날드는 성공했다. 한국에 첫 맥도날드 매장을 오픈할 때 이런 일이 있었다.

한국에서는 맥도날드의 주요 메뉴의 하나인 프렌치 프라이가 문제가 되었다. 프렌치 프라이의 원료인 아이다호 감자의 수입을 한국 정부가 하락하지 않았다. 아이다호 감자는 커서 길게 잘라 기름에 튀기기가 좋다. 하지만 한국산 감자는 미국산 보다 작고 수분이 적다. 길게 잘라 튀겨내기도 어렵고 맛이 미국 산과 동일하지 않았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 본사에서 연인원 600여 명에 달하는 영양사, 조리사, 화학 전문가를 한국에 파견했다. 전문가들은 서울 근교와 강원도 일대의 500여 감자 산지를 찾아가 일일이 샘플을 수거하여 세밀하게 분석, 연구했다. 7년이 지난 후에야 연구진은 복합비료의 사용을 조절하므로 미국산 감자와 동일한 품질을 한국에서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맥도날드는 빅맥에 들어가는 쇠고기, 상추, 토마토, 양파, 심지어 밀가루를 반죽하는 물까지도 미국의 것과 균등한 것이 되도록 합리화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밀도 높은 상품 균등성을 만들어 내려는 노력이 인간성의 비정한 비합리성을 배태(胚胎)하게 된 것이다. 맥도날드의 균등화의 심화는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에 나오는 다리 자르기처럼 ‘고도의 통제를 강제하는’ 비합리성을 만들어 내었다.

지그문트 바우만은 유대인 인종 대학살을 연구하는 사회학자다. 그가 쓴 책 ‘현대성과 홀로코스트’에서 이렇게 말했다. “유대인 대학살은 합리성과 균등성을 필요로 했다. 히틀러의 나치 국가는 유대인, 집시, 장애인, 열등한 인간이 없는 합리적이고 균등한 사회를 만들려고 염원했다. 이에 따라 히틀러는 유대인 대학살 작업을 떳떳이 수행했다.”

생각해보라. 히틀러가 균등한 나치 사회를 만들기 위해 유대인과 장애인을 제거한 것과 균등한 품질의 빅맥을 만들기 위해 물질과 인간을 통제하는 것이 무엇이 다른가. 바우만은 또 말했다. “다리의 수송력은 여러 교각이 지닌 힘의 평균값이 아니라 가장 약한 교각의 힘에 좌우된다.” 리더라면 ‘통제성을 띄는 평균치’에 현혹되지 말라.

<김창만/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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