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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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삶의 비타민

2017-07-22 (토) 최원국/비영리기관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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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저지 자문위원 글마당

인생은 여행이며 되돌아갈 수 없는 외길이다. 어머니 품속을 떠나 지금까지 우리가 살아온 길은 여행하기 위해서다. 지금 우리는 혼자 떠나는 외로운 여행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느 철학자가 여행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말했다. 여행에는 다섯 가지의 급수가 있다고 한다.

1, 여행자가 관광의 대상이 되는 것 2, 여행자 자신을 관광하는 것 3, 여행중 얻은 것을 머릿속에 기억하는 것 4, 집에 돌아와서 기억한 것을 실천해 보는 것 5, 여행중 얻은 것을 자기 생활 속에서 늘 실천하는 것이라고 한다.

여행은 삶을 풍요롭게 한다고 하는데 여행에서 얻은 유익한 정보와 체험이 우리의 삶에 반짝반짝 빛나는 보석이 되면 얼마나 좋을까?


나는 몇년 전 친구들과 같이 미국에서 가장 험준한 록키(rocky) 산맥 동쪽 줄기에 자리잡고 있는 몰몬교의 총 본산이 있는 유타주로 여행을 갔었다. 염도 27%로 어류가 살지 못하는 유타주의 행정 수도인 소금호수 솔트레이크(Salt Lake) 공항에 오후에 내리니 공기가 달랐다. 맑고 건조했고 투명했다. 뉴욕 하늘보다 더 푸르고 얕게 보였다. 공항 근처의 산은 토양이 천박하여 옛날 한국의 민둥산같이 나무가 띄엄띄엄 있고 붉으스름한 흙과 회색빛 바위만 보였다.

‘Utah 유타’는 유트(Ute) 인디언족의 말로 ‘산에 사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유타는 오랫동안 자연을 해와 물과 바람이 만들어낸 영혼이 꿈틀대는 주 전체가 공원이다. 동부 지방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모험의 여정이며 색다른 추억을 만들 수 있는 곳이다.

레저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천국이라 할 정도로 다섯 개의 장엄한 국립공원(아치스, 브라이스캐니언, 캐니언랜즈, 캐피틀리프, 자이언)이 있는 이 곳은 관광잡지에 자주 등장하는 미국의 대표적인 공원들이다.

평균 해발이 1,860m인 고산지대이며 최고봉인 Kings Peak은 해발 4,126m로 만년설이 덮여 있다. 그중 브라이스 캐년(bryce canyon)은 몰몬교 신자인 이벤니저 브라이스(EBENEEZER BRYCE)라는 사람이 그곳에 정착하면서 생긴 이름이다. 서부 3대 캐년 가운데서도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겨울엔 유난히 눈이 많고 여름에도 기온이 낮은 편이다.

10월 초에 갔는데도 눈이 내렸다. 장엄한 다른 캐년에 비해 색상과 세밀한 형태가 특이했고 밤하늘의 별은 선명하기로 유명하다. 백두산 보다 높은 레인보우 전망대(rainbow point)에서 보는 장관은 마치 비행기에서 지상을 내려다 보는 듯 까마득하게 보였다. 그 공원은 오랜 시간에 걸친 풍화와 침식작용으로 자연의 힘으로 절벽으로 이루어진 분지 모양이다. 황금빛을 띤 토질은 신비로웠고 경이롭기까지 했다.

황금빛 협곡과 기묘한 모양의 첨탑은 옛날 바다 아래 토사가 쌓여 만들어진 암석이 지상으로 솟으면서 형성됐다. 이후 세월에 의해 토사는 씻겨 내려가고 암석만 남아 돌기둥이 되었고 마치 촛대처럼 가늘고 길쭉한 형태로 이루어 졌다. 절벽에 수만 개의 바위 봉우리는 마치 인공으로 만들어진 것 같은 계단식 첨탑들이 서로 어우러진 모습은 화려한 궁전 같다고 하여 첨탑 궁전이라고도 불린다. 오밀 조밀하게 선 황금 빛 돌기둥은 섬세하고 화려하여 여성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인간의 손길이 닿은 것처럼 조화롭게 펼쳐진 하나하나의 돌기둥은 어찌나 예술적인지 한 번 눈길을 주면 거둘 수 없을 정도로 환상적이고 장엄하다. 수십 미터 높이의 탑은 웅장함과 정교함 그리고 아름다운 색상들을 글로 표현하기가 부족했다. 넋을 잃고 앞에 펼쳐진 장관을 보고 있노라면 내 눈 망울은 밤하늘의 별빛같이 아름답게 빛났고 가슴은 뛰었다. 위대한 자연 앞에 머리가 절로 숙여졌다.


유타주의 시골 길을 달리다 보면 끝없이 펼쳐진 사막 같은 지평선 위에 높이 솟은 돌기둥만 드문드문 보였다. 옛날 서부영화에서 보아왔던 황야의 진수가 수없이 지나갔다. 그 풍경을 볼 때마다 어디선가 말 타고 총잡이가 나오지 않나 하는 착각 속에 주위를 돌아보게 했다.

지루한 생활 속에서 현실을 이탈하여 다른 세계로 떠나는 미지의 여행은 호기심으로 가슴을 설레게 한다. 내일을 위하여 알찬 삶을 살아야겠다는 욕망이 생긴다. 여행에서 돌아와서는 순간순간을 기억하면서 여행기를 쓰는 재미는 늘 나를 깨어있게 만들어 주며 생각하게 한다. 사진은 두고두고 추억을 만들어 준다. 벌써 다음 여행지를 구상하게 하는 의욕에 하루하루가 즐겁기만 하다.

여행은 삶을 재충전하고 소진한 체력을 정신적으로 보충하는 생활의 일부이다. 우리 몸에 부족한 영양을 공급하여 주는 것이 비타민이라면 여행은 삶의 즐거움, 휴식과 위안을 주고 활력을 주는 생활에 필요한 종합 비타민이다. 여행처럼 신선하고 호기심 있는 생활은 없다. 어린 시절 소풍가기 전날 흥분과 설렘으로 밤잠을 설쳤던 생각이 난다

<최원국/비영리기관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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