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빙하의 눈물처럼

2017-07-22 (토) 원혜경/한국학교 교장
크게 작게

▶ 뉴저지 자문위원 글마당

남편과 나는 밴쿠버에 사는 지인의 초대로 거의 7년 만에 단 둘만의 여행을 4박5일 떠날 수 있었다. 설레는 마음으로 도착한 첫날 바로 밴쿠버 섬을 구경하였다. 세상의 아름다운 꽃은 다 모아 놓은 듯한 그곳에는 진한 꽃향기로 가득했고 도네이션 한 사람들의 이름이 적힌 팻말이 꽂혀 있었는데, 낯익은 유명인들의 이름도 있었다. 다음 날부터 로키 산맥으로 3박4일 여행길에 올랐다.

도착한 빙하의 호수(Lake Louise)는 정말 눈이 부시게 아름다워서 감탄이 절로 흘러 나왔다. 거대한 설상차를 타고 빙하의 한 가운데에 내리니 물이 졸졸 흐르며 얼음고랑을 만들고 있었다. 그것이 ‘빙하의 눈물’이라고 한다. 흐르는 물의 양이 너무 많아 곧 다 녹아내릴 것 같았다. 인류의 산업화로 인한 기후 변동으로 빙하가 눈물을 흘리는 것을 보니 미안한 마음과 거대한 자연 앞에 모두가 자연을 잘 지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캐나다 밴쿠버에 사는 지인이 떠나기 전날 함께 식사를 하며 자신이 진 빚을 갚을 수 있게 오셔서 감사하다고 말하였다. 살면서 평생 잊지 못할 따뜻한 순간이었다며 늘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고 있다고 말을 하는 것이었다. 지인은 16년 전 우리가 토론토에 살 당시 한국에서 딸 둘을 데리고 이민을 왔고 아는 분의 소개를 받아서 인사를 나눈 정도의 사이였다.


추운 겨울 날 낯선 곳에 도착하여 적응하기도 힘들어 맘고생도 많았던 부부는 토론토에 오자마자 지독한 독감에 걸려 엄청 고생을 하고 있었다. 그때는 이민 온 지 몇 달 되지 않아 의료보험도 안 돼 병원을 갈 수도, 누가 챙겨줄 사람도 없어 부부는 외롭게 집에서 끙끙 앓고 있었다. 그런 이야기를 전해 듣고 레몬차와 감기약을 사가지고 가서 위로해 주며 이야기를 나누었던 작은 일들이었다. 지인의 말을 들으며 그 동안 잊고 있던 생각도 났고 크게 도움을 준 것도 아닌데 기억해 주고 있어서 부끄러운 마음도 들었다. 지인은 지금 밴쿠버에서 꽤 자리잡은 사업가로 잘 지내고 있다.

우리는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기도 하고 도움을 받기도 하는 일들이 많이 있다. 그러나 그 고마움을 쉽게 잊어버리는 사람도 있고 아주 오래 간직하며 계속 관계를 유지하는 사이도 있다. 받는 사랑에 너무 익숙해져도 교만해지고 주는 사랑이 지나쳐도 교만해지는 것이 사람의 마음인 것 같다.

작은 마음을 나누었는데 큰 사랑으로 기억하고 있는 지인에게 정말 고맙다. 사람의 만남은 늘 감사함으로 서로 소통할 수 있어야 오래 관계가 유지 될 수 있는 것 같다. 밴쿠버 여행을 통해 많은 것을 느꼈고 사람이나 자연이나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노력으로만 좋은 모습을 가질 수는 없다는 것을 다시금 배웠다. 빙하의 눈물처럼...

<원혜경/한국학교 교장>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