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루샤오보

2017-07-24 (월) 최효섭/목사·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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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13일 중국의 민주화 투사 루샤오보(劉曉波)가 간암으로 옥중에서 사망하였으며 3일장의 중국 전통을 앞당겨 이틀 만에 서둘러 화장하였다. 그는 비폭력 평화주의로 막강한 중국의 공산주의자들과 싸우다가 세상을 떠났다.

그에게 노벨평화상이 주어졌으나 수상식에 갈 것이 허락되지 않았고 부인 루샤의 참석도 허락되지 않아 노벨위원회는 상장과 메달을 그가 앉을 의자에 놓아 그 사진을 보는 사람들의 마음을 안타깝게 하였다. 루샤오보는 베이징 사범대학에서 중국문학으로 문예학 박사 학위를 획득하였고 모교인 베이징 사범대학과 오슬로 대학에서 ‘서구와 중국의 비교문학’을 강의하였다. 한 때 하와이대학에서 중국철학과 정치를 강의하기도 하였다.

천안문 사건에 지도자 중 한 사람으로 참가하여 덩샤오핑 비판의 선두에 섰다가 투옥되어 20개월 복역하였다. 풀려난 후 반체제 학자와 기자 등 303명 지식인들이 설립한 08헌장(중국어는 08간체, 영어로는 Chapter 08)을 선전하였다는 이유로 11년형을 언도받고 생애 네 번째로 투옥되었다. 그가 감옥에서 죽은 뒤에도 중국 정부는 중국내에서 루샤오보란 이름을 못 쓰게 금지하고 있다. 일본 NHK가 루샤오보를 방송으로 소개하였다 하여 NHK의 중국 송신을 차단하였다.


중국 정부는 루샤오보가 노벨 평화상을 못 받게 한 사건을 계기로 하여 노벨 평화상을 영구히 인정 안한다고 선언하고 ‘공자 평화상’이란 이상한 상을 만들어 중국내에서 정부를 협조하는 학자들에게 주고 있다.

노벨 평화상은 스웨덴의 발명가 알프레드 노벨의 유언으로 창립되었으며, 화학 물리학 생리학 의학 문학과 세계평화의 6대 부문에서 주어진다. 1990년부터 해마자 오슬로 국회에서 시상식을 하게 되어있으나 선정이 엄격하여 현재까지 12명만이 수상하였다. 수상자는 스웨덴 3명, 프랑스 3명, 벨기에 2명, 영국 오스트리아 미국 이탈리아 덴마크 한국 등 각 1명씩이었다.

한국인으로서는 고 김 대중 전 대통령이 노벨평화상 수상자이다. 한국과 동아세아 전반의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한 노력, 그리고 남북 평화와 화해를 위한 노력이 인정받아 수여를 결정한 것인데 한국으로서는 역사에 남는 큰 자랑이다. 마르틴 루터 킹 박사의 사상을 대표하는 말이 사티아그라하(Satyagraha)이다.

본래 이 말은 마하트마 간디의 사상을 나타내는 용어였다. 인도말로 사티아는 진리 혹은 사랑, 그라하는 힘이란 뜻이다. 그래서 킹 목사는 love-force(사랑의 힘)이라고 번역하여 사용하였다. 킹 박사의 유명한 강연 중에 ‘강한 정신과 부드러운 마음’이 있다.

이 강연은 정의와 사랑의 관계를 분석한 내용인데 평화와 정의사회는 인간에 대한 근본적인 애정에서만 이루어질 수 있다고 하였다. 키신저가 국무장관 때 유엔 연설에서 이런 말을 남겼다. “미국은 세계로부터 도망칠 수도 없고 세계를 지배할 수도 없다.” 이제는 지구촌이 서로 어울려 살고 도우며 살고 힘을 모아 평화를 이룩할 때이다.

이런 평화의 방향을 방해하거나 파괴하려는 것이 현대의 악이다. 오늘날의 싸움은 남의 나라가 아니라 오염과 질병과 기후변화와 약물과 독재자 등이며 이런 싸움이 현대의 천국 건설일 것이다. 지구촌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전쟁문화가 평화의 문화로, 증오의 수레바퀴가 사랑의 수레바퀴로 바뀌어야 한다. 좁쌀만한 우라늄 농축이라고 웃어넘길 일이 아니다. 좁은 한반도에서 핵은 무기가 아니라 바로 재앙이다.

시카고 의과대학의 맥칼리 박사가 체르노빌 원자로 피해를 조사하고 핵이 곧 지옥이라고 단언하였다. 이스라엘 수상이었던 골더 마이어이 명언 중에 이런 말이 있다. “승전의 소식이 나에게 기쁨이 될 수는 없다. 저 벌판에서 딸기 꽃을 감상할 수 있을 때가 정말 기쁘다.”

<최효섭/목사·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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