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람답게 살다 사람답게 죽어야

2017-07-22 (토) 김명욱 객원논설위원
크게 작게
몇 년 전 고물차를 타고 식당 주차장엘 들어가려다 제지를 받은 적이 있다. 앞서서 들어간 차는 고급차라서인지 들어오라 하고 고물차는 들어가지를 못했다. 식당에서 종사하는 직원이 사람이 붐비는 바쁜 시간이서인지 좋은 차는 받아 주차를 시켜주고 고물차는 알아서 밖에다 주차를 하라는 것이었다. 황당하기 그지없었다.

자동차가 고물이니 자동차 주인도 고물로 보였나 보다. 인권이 아닌 차권이 짓밟힌 경우였다. 차에도 무슨 권리가 있을까 만은, 차가 고물이어서 주인이 인권을 무시당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다행히 앞서 들어간 좋은 차 주인이, 동행이라 하니 고물차도 들어오라 했다. 그래서인지 그날 그 식당에서 먹은 식사가 영 맛이 없었다.

인권(人權/Human Right)은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 위한 절대적이고 보편적인 인간의 권리이자 지위와 자격을 의미한다. 인권은 세계가 추구하는 평화와 자유 및 정의의 기초가 된다. 그러니 인권이 무시당하는 곳에는 정의도, 자유도, 평화도 없는 곳이라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인권을 위하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희생당했나.


1968년 4월4일. 테네시 주 멤피스의 한 모텔 2층 발코니. 마틴 루터 킹 주니어 목사는 백인들에게 사람취급을 못 받는 흑인청소노동자들을 어떻게 도와야 될까 라는 생각에 몰두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디서 날아왔나, 한 발의 총알이 그의 머리를 관통했고 그는 쓰러졌다. 급히 병원으로 옮겼으나 출혈 과다로 구급차 안에서 사망한다.

흑인인권운동을 위해 앞장섰던 마틴 루터 킹 주니어 목사의 최후였다. 범인은 백인우월주의자에 인종차별주의자인 제임스 얼 레이. 체포돼 99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 옥중에서 사망했다. 흑인도 인간이라는 인권운동을 펼치다 39세의 젊디젊은 나이로 피살당한 마틴 루터 킹 주니어 목사. 하지만, 아직도 흑인들은 천대받고 있다.

1945년부터 10년간 시베리아 강제수용소에 수감돼 옥살이를 해야 했던 러시아의 소설가인 알렉산드르 이사예비치 솔제니친. 그는 <수용소군도> <암 병동>등의 소설을 통해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야 함을 전 세계에 알렸다. 특히 자신이 수용됐었던 강제수용소의 참상을 그린 <이반데니소비치의 하루>는 그에게 노벨상을 안겨줬다.

반체제 작가로 찍힌 솔제니친은 소련에서 추방됐고 미국에서 망명생활을 하다 다시 러시아로 돌아가 살다 90세의 나이로 2008년 사망했다. 비평가들은 솔제니친만큼 자유에 관해 할 말이 많은 사람도 없을 것이라며 그의 소설 작품에 흐르고 있는 자유와 평등, 그리고 정의와 인권이 그를 노벨문학상을 받게 한 근거로 들고 있다.

2017년 7월13일. 중국의 인권운동가이자 노벨평화상수상자인 류사오보(61)가 세상을 떠났다. 중국의 민주운동인 텐안먼(天安門)사태의 주역 중 한 명이었던 그는 2008년, 공산당 독재 종식과 삼권분립을 요구한 ‘08헌장’ 발표로 구속돼 11년 징역형을 받고 복역 중 지난 6월26일 가석방된 뒤 한 달이 채 못돼 사망했다.

간암말기가 되자 그를 가석방한 중국당국. 베이징올림픽이 열렸던 2008년, 유엔인권선언 60주년을 맞아 발표된 08헌장. 헌장은 중국의 민주화촉구 선언으로 공산당일당독재 폐지와 공민의 인권보장, 사법독립, 언론/종교/집회/결사의 자유 등을 요구하고 있다. 작가와 변호사였던 류사오보. 세기의 인권운동가 한 명이 또 사라졌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로 연일 미국의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는 북한과 김정은의 인권실태는 어떨까. 인권보장이 안 된 21세기 최악의 체제다. 중국의 인권문제, 북한에 비교하면 축에도 못 낀다는 게 전문가들의 보고다. 공식적으로 보장된 계급사회와 노예사회가 북한이다. 어떻게 한반도에 이런 체제가 유지될까.

고물차를 타도 사람은 존중돼야 한다. 흑인의 인권운동이 있었기에 유색인의 인권이 그나마도 보장받고 있다. 세상은 수용소의 군도가 아니다. 류사오보의 죽음, 중국이 창피해 보인다. 인권은 사람의 기본 권리다. 사람으로 태어났으니 사람답게 살다 사람답게 죽으라는 인류 최상의 과제다.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밑에 사람 없다.

<김명욱 객원논설위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