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이 반가운 무더운 여름이다.
태양광선은 강하다. 바람마저 한 점 없다. 덥고 습한 날의 연속이다. 땀은 비 오듯 흐른다. 움직일 기운은 하나도 없다. 몸이 지치니 게을러진다. 그렇다고 더위만 탓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하루 종일 무더위를 잊고자 에어컨 찬바람 속에서 사는 이유다.
올여름이 시작되면서 색다른 경험(?)을 했다.
더운 여름에 이유 없이 콧물, 코 막힘, 재채기 증상이 생겼다. 나른함, 피로, 두통 등도 이어졌다. 처음엔 개도 안 걸린다는 여름감긴 줄 알았다. 하지만 그도 아니었다. 며칠 지나면서 자고 일어나면 손이 붓고 무겁게 느껴졌다.
손가락 몇 마디는 관절이 시큰 거렸다. 좋아하는 골프도 제대로 즐길 수 없을 정도였다. 그때부터 유심히 증상을 살펴봤다. 유독 냉방이 심한 곳에서 콧물이 줄줄 흘러내렸다. 에어컨 찬바람을 쐬면 코 막힘도 심해졌다. 기침이 나기도 일쑤였다. 그래서 예전에 없던 에어컨 알레르기성 비염이 찾아 온 것을 알 수 있었다.
50년 넘게 살면서 처음 겪는 에어컨 비염 증상은 장난이 아니었다. 근무시간은 물론 퇴근 이 후에도 줄곧 콧물이 흘렀다. 코 막힘에 숨쉬기도 만만치 않았다. 장소를 가리지 않고 재채기가 터져 나오니 여간 민망스럽지 않았다. 그런 증상은 자동차 에어컨을 켜도 어김없었다. 집에선 에어컨 켜기가 두렵기도 했다. 다행히 하루 종일 고생하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항상 같은 증상이 생기니 불편하고 짜증스럽기 일쑤였다.
매일 코에 뿌리는 스프레이 비염 치료제를 수차례 사용했다. 아침저녁으로 꼬박꼬박 약도 챙겨 먹었다. 하지만 증상은 호전되지 않았다. 에어컨 비염의 원인과 치료 방법을 찾아 나선 이유다.
원래 에어컨의 찬 공기는 콧속 점막에 닿으면 보통은 콧속 혈관이 수축된다고 한다. 하지만 에어컨 비염이 있는 사람은 혈관이 오히려 확장되기 때문에 혈액 속 수분이 일부 빠져나오면서 주변을 붓게 한다는 것이다. 콧속이 부우면 코가 막히고 주변 신경을 자극해 콧물이 나게 되는 법이다.
심하면 수면 무호흡증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킬 수도 있다. 그래서 에어컨 비염이 심할 때는 유일한 해결책이 에어컨을 아예 사용하지 않는 것이라 한다. 에어컨 찬바람은 우리 몸의 관절과 근육을 경직 시키는 데도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콧물 증상뿐만 아니라 손발이 붓고 손가락 관절이 시큰 거렸던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었던 셈이다.
그럼, 에어컨 비염을 치료하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에어컨 비염치료에는 폐가 차고 약해서 증상이 심해지는 만큼 평소 몸에 따뜻한 음식을 먹는 것이 좋다고 한다.
호박, 시금치, 양상추, 브로콜리, 풋고추, 배추, 버섯 등은 비타민과 엽록소가 풍부해 림프구의 면역세포 활성화를 시키니 음식으로 추천되고 있다. 익힌 마늘이나 양파, 감자 등도 면역력을 높이는 데 좋다고 한다.
된장은 면역력을 높이고 항암 효과가 뛰어날 뿐만 아니라 해독작용을 하여 몸에 쌓인 독소를 없애주어 비염에 좋은 음식으로 권장되고 있다. 과일을 제철과일, 곡류 중에는 찹쌀과 콩 등이 성질이 따뜻하여 효과가 있다. 채소 중에는 냉한 사람의 어혈을 풀어주고 피로 회복과 감기 예방 등의 효험이 있는 부추가 으뜸이라고 한다. 결국 비염에 좋은 음식은 건강에도 좋은 음식인 셈이다.
도심에서 여름 더위를 피하기 위해선 에어컨이 필수다. 부채나 선풍기는 선택이다. 가정이나 직장에서 에어컨은 찬바람으로 여름을 시원하게 보낼 수 있게 해준다. 자동차에서도 마찬가지다. 에어컨은 무더위를 식혀준다. 문제는 과유불급에 있다. 과하면 안 하는 것만 못하다. 에어컨 사용이 지나치면 에어컨 비염에 시달릴 수 있다는 말이다.
동병하지(冬病夏治). ‘겨울에 심해지는 병은 여름에 고치라’는 말이다. 건조하고 추운 겨울에 심해지는 호흡기 질환은 여름에 적절하게 치료하고 관리하면 겨울에 고생을 덜 한다는 뜻이다. 한여름이다. 무덥다고 에어컨 찬바람만 찾기보다는 겨울 건강을 대비해야하는 시기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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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창흠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