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인권 감수성

2017-07-10 (월) 최효섭 / 아동문학가·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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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 감수성(人權感受性)이란 인간의 권리를 존귀하게 여기는 감각을 뜻한다. 그가 얼마나 민주주의 정신을 가졌느냐 하는 것은 그의 인권 감수성이 결정한다. 나폴레옹을 위인이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그는 유럽을 정복한 영웅이지만 전쟁이란 이름으로 수많은 사람의 생명을 살상한 자이니 위인이라고 부를 수는 없다.

역대 독재자들도 영웅은 될 수 있을지 몰라도 위인은 못된다. 그들은 힘은 가졌으나 인간의 생명을 존귀하게 다루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간은 존엄한 존재이다. 예수의 표현을 빌린다면 ‘온 천하를 주고도 바꿀 수 없는 존귀한 존재’가 인간이다.

인간을 존귀하게 여기는 마음이 곧 인권 감수성이다. 손 양원 목사는 인권 감수성이 높았으므로 여수 애양원에 들어가 평생 나병 환자의 친구로 살았으며, 아펜셀러는 인간을 존귀하게 여기기에 아직 미개지였던 조선에 들어가 젊은이들을 교육하다가 순직하였고, 슈바이처도 인권 감수성이 높았기에 의사 언어학자 철학자로 존경 받던 그가 아프리카 오지에 들어가 모진 고생을 다 하며 환자를 치료하였다.


구약성경에 욥이라는 사람이 나온다. 노골적으로 성경이 의인(義人)이라고 부른 유일한 인물이다. 그는 인간이 겪을 수 있는 모든 종류의 고난을 다 당한다. 자식들은 태풍으로 죽고 집도 무너지고 그 자신은 악종(惡腫)에 시달려 고통을 겪는다. 그러나 그 모든 악조건 속에서도 끝까지 양심과 하나님을 거역하지 않고 오히려 약자들을 보살피며 살았다. 그래서 하나님이 그를 의롭다는 최고의 찬사를 준 것이다.

한국에 화병(火病) 혹은 울화병(鬱火病)이라고 불리는 특이한 병이 있다. 미국에는 없기 때문에 영어 표현도 없고 그저 hwa-bung 으로 사용한다. 미국 정신의학회는 ‘한국 문화가 낳은 특유한 증후(症候)’로 분류하였다. 중년 한국 여성들이 가지는 병으로 시어머니, 남편, 아이들에게 오랫동안 시달리다 보면 화병에 걸린다.

한의학에서는 ’억울한 마음을 삭이지 못하여 머리가 아프고 가슴이 답답한 증상‘으로 풀이되어 있다. 결국 한 여성이 대가족 속에서 인간으로서의 권리가 유린당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화병의 증세는 정신적 스트레스가 심해지고, 성기능 장애가 오며, 불면증도 생기고, 과식을 하게 된다.

세계인권선언 제16조에 이런 말이 나온다. “성년에 이른 남녀는 인종 국적 혹는 종교를 이유로 한 그 어떤 제한도 받지 않고 결혼하여 가정을 이룰 권리를 갖는다.” 이런 인간으로서의 권리는 비단 결혼하는 남녀뿐이 아니라 노인도, 지체 장애자도, 아이들도 모두가 누려야 한다. 그것이 인간을 그 무엇보다도 존귀하게 창조한 신의 뜻이다. 역대 독재자들이 후세에 부정적인 평가를 받는 이유는 사람을 존귀한 존재로 다루지 않고 하나의 숫자로 다루었기 때문이다. 인권 탄압으로 백성을 지배하는 모든 전제주의 국가가 여기에 해당되며 민주시민들이 힘을 모아 그런 세력을 인류 역사에서 추방하여야 한다.

인권 유린 사례가 얼마나 많았으면 한국에는 ‘인권변호사’란 말이 따로 있으며 인권변호사 출신 정치인들도 다수이다. ‘크리스천 투데이’ 지에 의하면 한국에서 일하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휴일 없는 장시간 노동을 강요당하고 임금 체불이 빈번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세계인권선언 제1조는 “모든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롭고 존엄성과 권리에 있어서 평등하다.”고 되어 있다. 자유는 평등의 관념에서 우러 나온다. 자유와 평등은 동전의 양면과 같으며 그것들을 분리해서 생각할 수는 없다. 부자도 가난한 자도, 노동자도 기업주도, 남자도 여자도 신이 주신 똑같은 인권을 지니고 태어났다. 그러므로 사람을 차별할 수도 없고 등급을 매길 수도 없다. 차별은 신의 뜻을 거부하는 것이니 그것이 곧 죄이다.

<최효섭 / 아동문학가·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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