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바비큐의 참 맛!

2017-07-10 (월) 연창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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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을 지피고 고기를 굽는다. 지글지글 뒤뜰에서 바비큐를 즐긴다. 연기가 고기 익는 냄새와 어울려 낮은 담을 넘어 여름의 맛을 풍긴다. 이처럼 여름은 바비큐 냄새와 함께 찾아온다. 바야흐로 바비큐의 계절인 셈이다.

바비큐의 계절이다. 바비큐는 여름날 친한 사람들과 모여 격식 없는 야외생활을 즐기기에 제격이다. 온가족이 뒤뜰에서 함께 하는 바비큐도 제 맛이다. 바비큐는 자유롭고, 편안하며, 재미있다. 푸짐한 데다 반찬은 따로 필요 없다. 참으로 부담 없이 즐겁게 하는 식사다. 그릴은 친절한 친구다. 열린 공간에서 어느 때건 야외 식사를 즐길 수 있도록 해준다. 바비큐는 그릴과 재료만 있으면 즐길 수 있으니 여름철 더욱 사랑받는 요리다. 얼음에 채운 시원한 맥주 한 병을 곁들이면 휴가가 따로 필요 없을 정도다.

예전부터 미국사람들은 바비큐는 남자들의 일로 취급했다. 야외에서 장작을 쪼개서 불을 피우는 점에서다. 큼직한 덩어리의 고기를 요리한다는 것도 남성의 일로 여긴 것이다. 그래서 미국 아버지들은 아들에게 직접 자신의 비법을 전수했다고 한다.


한인들에게도 바비큐는 남성들의 몫이긴 마찬가지다. 남성의 남성에 의한, 남성을 위한 요리인 셈이다. 왜냐하면, 다른 음식처럼 요리법이 복잡하지 않다. 어렵지도 않다. 뜨거운 불 앞에서 고기를 뒤집고 굽는 것은 쉽지 않기에 여성보다는 강인한 남성이 제격이다. 한인사회에서도 바비큐가 남자들의 요리로 자리 잡은 이유다.

한인들은 바비큐를 참 좋아한다. 여름나기에 야외서 구워 먹는 바비큐는 빼 놓을 수 없는 일로 자리 잡았다. 강과 바다로 피서를 떠나서도 바비큐를 즐긴다. 캠핑장에서의 바비큐는 필수다. 탁 트인 공원, 가정집 뒷마당에 모여서도 마찬가지다. 한인들에게 바비큐는 여름철에 그야말로 딱 어울리는 음식이요 이벤트가 된 것이다.

한인들의 바비큐 메뉴는 참으로 다양하다. 스테이크, 삼겹살, 목살, 갈비, 닭 등은 기본이다. 버섯, 양파, 가지, 호박, 피망, 아스파라가스, 토마토 등 야채들도 곁들여 굽는다. 꽁치와 고등어 등 생선과 오징어, 조개, 새우, 게 등 해산물들도 인기 메뉴로 등장한지 오래다. 뿐만 아니다. 고구마, 감자, 옥수수, 늙은 호박 등은 후식으로 빠뜨리지 않고 챙긴다. 물론 식성과 취향에 따라 선호하는 재료들은 제 각각이다.

바비큐 시즌이 오면 바비큐 최고 실력을 뽐내는 마니아들이 수두룩하다. 그들은 자신들만의 비법(?)을 자랑한다. 바비큐 초보자들을 위해 공통적인 비법을 살짝 엿보면 이렇다. 재료에 따라 불에 직접 닿게 해 직화로 굽기도 하고 불이 아닌 열로 익히기도 하는 방식이다. 고기도 종류마다 굽는 방식이 다르다고 한다. 그래서 스테이크나 갈비, 삼겹살 등의 고기를 구울 때는 불이 아닌 열로 익히라고 권한다.

직화로 구우면 겉만 타고 속은 안 익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기를 구울 때는 절대 서두르지 말아야 한다. 그 대신 고기가 익는 것을 기다리며 직화로 구을 수 있는 해산물, 채소, 과일 등을 먼저 구우면 지루하지 않게 손님 대접을 할 수 있다고 한다.

또 다른 팁으론 기름기가 적은 생선은 그릴용으로 최악이란 것이다. 기름기가 충분하지 않으면 껍질이 들러붙고 생선살을 흩날리기 때문이다. 모든 생선은 껍질이 젖어있지 않게 주의하고 기름을 충분히 두르고 껍질이 아래로 오도록 구워야 하는 법이다. 생선을 구울 때 자주 뒤적이는 것은 금기사항이다. 이외에도 다양한 비법이 있다.

하지만 야외에서 가까운 사람들과 함께 즐기는 바비큐는 어떻게 요리하든지 다 맛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요리 비법이 그리 중요한 것만은 아니다. 바비큐는 ‘굽는 재미’, ‘기다리는 재미’, ‘가까운 사람과 어울리는 재미’ 등을 모두 느껴야 참 맛을 알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바비큐를 즐기는 것은 음식을 즐기기 위함만은 아니다. 가족, 친구와 야외의 자연스런 분위기에서 충분한 대화를 나룰 수 있는 가장 적합한 시간을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여름 바비큐 계절이다. 바비큐 그릴 열고 고기 한번 구워보심은 어떨는지.

<연창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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