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우주열차

2017-07-08 (토) 문영희/시인· 포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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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저지 자문위원 글마당

한 낮에 깜박 잠이 들었다

미래의 영감을 준다는 열차를 탔다
몇 달 만에 만난 세 살 박이 손녀

더듬거리는 언어가 일기장 속에 들어오고
아들을 키우던 그 시간이
연상 기억법으로 나를 가르치고 있다


아이가 커서 할머니 일기장을 읽으며
오래된 고서 한 권이 유물처럼 남아있다고

페이지 몇 장 넘기다 문자가 다 오타라는 것

낡아져간 고서에서 자기냄새가 난다고
코를 벌렁거리다 낡아져 가는 책

나는 원시대의 종점에서 내리고

손녀는 우주 행성 열차로
갈아타고 간다

-손녀gracyn에게-

<문영희/시인· 포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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