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인간과 동물의 차이점

2017-07-08 (토) 김명욱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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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관과 철학은 두 레일을 타고 가는 기차와도 같다. 철학이 흔들리면 가치관이 상실된다. 반면에 가치관이 흔들리면 철학이 서야할 자리를 잃게 된다. 서양철학의 본 고장인 그리스가 공무원과 정부, 국민들까지 뇌물 등의 부정부패로 인한 타락에 의해 철학이 무너지자 나라는 부도위기를 몇 번이나 넘겨야하는 빈국이 됐다.

철학과 가치관은 나라와 같은 큰 개념의 틀에서만 필요한 게 아니다. 일상을 살아가는 일반인들에게도 필요하다. 가치관이 올바로 서지 못하고 철학이 없는 사람은 위기를 맞거나, 이것인가 저것인가 선택을 해야 할 때에 잘못 선택하여 평생을 본인은 물론 주위사람들을 고생과 후회 속에서 살아가게 하는 경우도 있기에 그렇다.

철학과 가치관은 지혜를 바탕으로 한다. 현존의 사람들은 지혜를 구하기보다는 지식만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돈 때문이다. 돈은 이미 신, 즉 조물주와 같은 위치에 선지가 오래다. 돈이 힘이요, 돈만 많으면 못할 것이 없다는 잘못된 가치관으로 인해 세상의 젊은이들은 점점 철학을 잃어가며 지혜를 뒤로한다.


한 때 골프계의 황제였던 타이거 우즈를 보면 안타깝다. 그에겐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엄청난 돈과 명예가 한꺼번에 있었다. 그러던 그가 여자관계 등으로 이혼을 한 후 겪는 그의 생은 그야말로 비참 그 자체다. 골프를 다시 시작하면 예선에서 탈락하기만 하고 얼마 전엔 경찰에 검거된 그의 초췌한 모습에 사람들은 놀랐다.

타이거 우즈. 가치관과 철학이 결여된 결과가 지금 나타나는 거는 아닐까 싶다. 돈은 여자를 따라다니게 하는 요물중의 요물이다. 그는 돈 많지, 명예 있지, 수많은 여자들이 타이거를 따르고 그에게 있는 돈과 명예를 함께 가지려 했다. 그런데 그런 여자가 한 명이라면 사랑하기에 그렇다 하겠는데 그런 여자가 수도 없이 많았다.

분명 돈은 힘이 있다. 돈이 없으면 하루도 살아갈 수 없는 세상이다. 돈은 벌어야 하고 돈을 많이 주는 직장에도 들어가야 한다. 그러나 돈, 즉 재물이란 우리가 살아가는데 필요한 수단이지 그것이 목적이 될 때 철학은 사라지게 된다.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은 많이 벌었지만 그 돈으로 패가망신하는 사람도 얼마나 많은가.

이솝우화에서나 나올만한 두 형제의 이야기는 옛날 얘기만은 아니다. 두 형제가 살았다. 하루는 길을 가다 번쩍거리는 커다란 황금 덩어리를 주웠다. 두 형제, 이제 큰 부자가 될 판이다. 그런데 형이나 동생 둘 다 마음속은 황금덩어리를 혼자 차지하고 싶어 한다. 그러니 둘은 서로 기회를 보아 죽이려하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그러다 배를 타고 강을 건넌다. 둘은 황금덩어리를 들어 강물 속에다 함께 집어 넣어버렸다. 그리고 서로를 안고 눈물을 흘린다는 동화 같은 얘기다. 내용은 간단하다. 그러나 이 얘기에는 철학과 가치관이 담겨있다. 재물보다 형제의 우애가 먼저라는 지혜가 내용 속에 들어있다. 롯데가 형제들의 재산싸움. 신격호씨가 슬퍼 보인다.

삼성가의 이건희. 그가 돈이 그렇게 많았으면 뭐하나. 얼마 전 유튜브에 공개된 영상 속에선 젊은 여자들에게 돈을 주고 무언가를 하려했던 그의 추잡한 모습 속에서 돈이 다가 아니라는 걸 본다. 그의 아들 이재용은 구속수사를 받고 있는지 몇 달째 되고 있다. 삼성이 최순실에게 준 돈이 뇌물인지 아닌지는 더 두고 볼일이다.

북한이 화성 14호를 쏘아 올렸다. 미국이 대륙간탄도미사일로 인정했다. 인민들은 굶어 피골이 상접해 있는데 돈이 억수로 들어가는 미사일을 수도 없이 쏘아 올리는 북의 김정은에게 철학이 있는가. 없다. 그에겐 오로지 핵무기만을 생산하여 세계평화를 위협하고 체제유지만 계속하려하는 저질스런 고집 밖에는 없다. 한심하다.

영국의 철학자 존 스튜어트 밀의 말이다. 배부른 돼지 보다는 배고픈 인간이 되는 게 낫고 만족스러운 바보가 되기보다는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되는 게 더 좋다고. 왜 인간인가. 왜 동물인가. 인간과 동물의 차이점은 철학과 가치관이 있나, 없냐의 차이에 있다. 동물에게 철학이 있었다면 세상은 벌써 동물의 천국이 되어 있으리.

<김명욱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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