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보수와 진보

2017-07-03 (월) 최효섭 / 아동문학가· 목사
크게 작게
보수(保守)와 진보(進步)는 많이 쓰이는 말이지만 용도와 배경에 따라 그 뜻이 다르게 사용되기 때문에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보수(Conservatism)라고 하면 무조건 과거가 좋다는 말은 아니고, 새 것을 시작하느니 이미 익숙해졌고 정착된 현재가 안전하고 편하다는 생각이다. 거기에 비해 진보(Progressivism)는 이것도 저것도 다 좋긴 한데, 보다 더 이익이 되고 보다 더 나은 것이면 바꿔도 유익하며 개혁도 무방하다는 생각이다.

한국에서 보수와 진보를 분류하는 척도는 우선 정치적으로는 ‘반공(反共) 이데올로기’를 거부하면 진보, 수용하면 보수로 나누었다. 둘째로 권위주의는 보수, 자유주의는 진보로 받아드린 경향이 농후했다. 그러기 때문에 보수는 곧 우파(右派)이고 진보는 곧 좌파(左派)라고 분류해서는 안 된다. 이 오해 때문에 엉뚱한 사람들이 사회주의자나 공산주의자로 오인(誤認) 되기도 하였다.

일반적으로 진보는 자유주의를 뜻하고, 보수는 권위주의를 뜻한다. 보수와 진보가 모두 인간의 발전과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지만 어느 쪽이든 극단적으로 나가면 가짜 진보나 사이비(似而非) 보수가 생기는 것이다.


한국 정치의 경우 보수파는 안전과 정치적 자유와 전체의 행복을 추구한 반면, 진보파는 변화와 급진적이며 혁신적인 개혁으로 새롭게 바꾸기를 주장하였다. 그렇지만 보수파는 이런 급격한 변화를 피하고 정치 사회 문화의 제도를 현상대로 유지하면서 서서히 바꾸어 나가기를 주장한다. 진보의 반대는 보수가 아니라 수구(守舊)이다. 결국은 사회 변화의 속도가 문제이다.

진보주의자들은 경제적 분배정책, 노동권 보장, 개인의 자유 옹호 등을 문제로 삼고, 보수주의자들은 성장 정책, 사회 질서, 자유무역, 역사적 정통성을 문제로 삼는다. 민족적 개념으로는 진보와 보수가 섞여있고 북한에 대한 시각까지 개입되면 구분이 애매해진다. 사실 진보주의라는 말은 미국에서는 쓰지 않는다. 한국정치에서 쓰는 말이다.

보수와 진보의 논쟁은 소모적인 범주를 벗어나서 생산적으로 나가야 한다. 몇 가지로 간단하게 정리하면 이런 이야기가 된다. 진보는 사회적인 힘으로 무엇을 하자는 주장. 보수는 현 상황을 너무 건드리지 말자는 주장. 진보는 아직 쓸만한 데도 자꾸 버리자는 주장. 보수는 버릴 만 한데도 껴안고 버티는 것을 말한다. 그러므로 좌파와 우파가 같은 주장을 할 때도 있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다. 그러기에 우파 정당 안에서도 좌우가 나뉘는 것을 흔히 보지 않는가!

신앙의 세계에서는 보수주의와 진보주의라는 말이 전혀 다른 의미로 사용된다. 경전(經典)에 대한 비판적 탐구 없이 문자 그대로 받아드리는 것이 보수주의이다. 경전이라 할지라도 고고학적(考古學的) 및 언어학적 분석과 비판을 하고 받아드리는 것이 진보주의이다. 성경을 연구하는 자세의 차이로 보수와 진보가 갈린다.

한국교회는 보수주의가 강하다. 진보주의 지도자가 이끄는 교회는 사회에 대한 관여(Out-reach program)는 활발하나 양적인 성장 곧 교인 수의 증가가 느리다는 선입 개념이 뿌리 박혀 있어 전반적으로 보수화 되었다.

보수 진보가 각각 자기의 특색을 살려 발전해 나가면 된다. 서로 비판하거나 혹은 심하게 이단시하는 따위의 극단적 행동을 취하지 않으면 병행 발전이 가능하다. 이것은 교인들의 문제가 아니라 전적으로 지도자들의 문제이다.

개인도 어떤 문제가 있을 때 그것을 해결하기 위하여 새 방법(진보적 방법)을 써보기도 하고 이전의 방법(보수적 방법)을 쓰기도 하듯이 국가나 사회집단도 그 때 그 때의 상황을 따라 행동의 방법을 취하면 될 것이다. 정부가 개인의 기업에 관여하면 시장의 효율성과 성장잠재력이 저하된다.

<최효섭 / 아동문학가· 목사>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