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허리 끊어진 한반도의 한

2017-07-01 (토) 김명욱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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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韓半島). 사전을 찾아보니 정치지리학적으로 동아시아에 위치해 있으며 지형학적으로는 유라시아대륙의 동북쪽 끝에 있는 반도이다. 삼면이 바다와 맞닿아 있다. 한반도는 918년 고려를 시작으로 1392년 조선, 1897년 수립된 대한제국까지 약 1000년간 단일 국가가 통치해 왔다.

1910년 일본 등 외세의 영향에 의해 쇠락한 대한제국이 멸망했고 1945년 일제 강점기가 종식되었으나 미국과 소련의 분할 점령에 따른 한국의 군정기로 인해 이념을 달리한 두 개의 정부가 수립되어 분단국가가 되어 있다.

72년간 양분된 한반도는 단일민족이었으나 지금은 북에는 김일성왕조가 세습 3대를 이어오고 있으며 남은 이승만의 제1공화국에서 제19대 대통령이 된 문재인까지 자유민주주를 표방한 민주공화국을 유지해오고 있다.


1000년간 단일 국가로 유지돼 온 한반도. 분단의 비극은 열강으로부터 시작됐다. 시작은 1905년 7월29일 미국과 일본이 각서(memorandum)로 쓴 태프트 가쓰라 밀약부터다. 당시 태프트(William Howard Taft)는 미육군장관이요 가쓰라는 일본의 총리대신이었다. 밀약에는 일본은 미국의 필리핀 식민 지배를 용인하고, 미국은 일본의 대한제국을 침략하고 한반도를 보호령으로 하는 것을 인정한다는 내용 등이다.

한반도를 집어삼켜도 가만히 보고만 있겠다는 미국의 입장을 확인한 일본은 1905년 11월 대한제국의 수치인 을사보호조약을 맺고 한반도의 외교권을 강탈했다. 이때 미국을 비롯한 영국 등은 일본의 한반도 지배가 러시아와 중국의 동북아시아 지배를 견제하는 데 필요 적절한 조치로 그들에게 유익을 줄 것으로 내다본 거다.

1945년, 한반도가 연합군의 승리로 일본의 식민지배에서 해방된 해이지만 제2의 비극이 도래된다. 미국과 소련이 각각 남과 북을 군정통치하게 됐고 이 가운데 남한은 1946년 6월3일 이승만이 단독정부수립을, 북한은 1946년 2월16일 김일성이 북조선인민위원회를 설립했다. 이어 남한은 1948년 8월15일 이승만이 대한민국정부수립을, 북한은 김일성이 같은 해 9월9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설립해 분단의 씨를 낳게 됐기 때문이다.

이것뿐이랴. 1950년 6월25일. 한국전쟁(韓國戰爭)이라고 불리는 동족끼리의 전쟁으로 한반도는 갈기갈기 찢겼고 한민족은 원수로 변해버렸다. 북한이 남한을 침공하여 발발된 전쟁인 6.25. 중국의 모택동과 소련의 스탈린의 지지와 협조를 받은 김일성이 남쪽을 적화시키기 위해 일으킨 전쟁으로 수많은 사상자들이 속출했다.

통계에 따르면 군인과 민간인 등 전체 사망자수는 200여만명, 한국인 사망자 100여만명으로 이 중 85%가 민간인이다. 또 1000만명 이상의 이산가족이 생겼고 남과 북으로 갈리어진 이산가족은 지금까지도 만나지 못한 채 서로를 그리워하고 있다. 6.25전쟁은 미국을 포함한 유엔(UN)군의 도움으로 38선을 그은채 남과 북이 분단되는 휴전협정(1953.7.27.)을 맺고 지금에 이르고 있음에야.

최근의 한반도 비극은 남과 북의 끝이 없어 보이는 적대관계와 북의 핵 문제다. 남북간의 적대는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 이미 72년 전부터 시작된 거다. 그러나 북핵문제는 최근 10년 사이에 불거진 남한만의 문제가 아닌 세계의 문제가 돼 있다. 특히 미국과는 더 심각하다. 김정은이 핵개발을 하는 원인 중 가장 큰 이유는 북한 체제의 안정유지다.

북이 핵을 동결하거나 폐기하지 않는다면, 한반도가 제3차 대전의 발발지가 될 수도 있다. 북한 인민이 다 굶어도 3000억짜리 요트를 타는 등 호화사치의 극을 달리는 김정은. 자신의 호화판 사치를 위해서도 북의 체제를 반드시 유지시키려 할 것이 뻔한 김정은이다.

문재인대통령과 트럼프대통령이 머리를 맞댔다. 그들이 김정은과 북핵문제 등의 한반도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는 더 두고 보아야겠지. 남이건 북이건 더 이상의 비극이 한반도에서 또 다시 일어나지 않기를 기원해 본다. 그러나 한반도 주위를 맴도는 열강들이 그대로 놔둘지가 의문이다. 허리 끊어진 한반도의 한(恨)이여 언제나 풀리려나!

<김명욱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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