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미정상회담과 협상의 원리

2017-06-28 (수) 여주영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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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business, you do not get what you deserve, you get what you negotiate” 체스터 카라스라는 노련한 협상가의 말이다. 우리말로 하면 비즈니스에서 당신이 얼마를 받을 만한 가치가 있다고 해서 얻는 것이 아니다. 당신이 협상하는 만큼만 얻어낸다. 다시 말해서 당신의 제안이 좋다고 하여 상대가 무조건 받아들이는 게 아니다. 당신의 제안을 얼마만큼 돋보이게 설계하느냐에 달려있다. 이는 외교무대나 정치판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30일 트럼프 대통령과 갖는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떠올려본 생각이다. 양국간의 이번 회담은 문재인과 트럼프 두 정상의 성향이 너무 다른데다 두 국가간의 상황이 최근 북핵과 사드문제 등으로 긴장이 만만치 않은 상태에서 갖는 것이기 때문이다. 두 정상은 자칫 잘못하면 깨지는 소리가 충분히 날 수 있는 소지가 있는 상대들이다.

트럼프 정부는 현재 서민을 위한 보험 오바마케어를 폐기 혹은 대체하기 위해 의무가입 조항을 전면 철폐하고 연방정부 보조금 지급 제한을 강화하는 등 이른바 트럼프 케어 건강보험법안의 수정안을 공개, 이 안이 통과될 경우 한인 등 미국내 보험가입자와 주민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트럼프 정책은 앞으로 서민층보다는 부유층을 위한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와 같이 그동안 많은 빈민국과 약소국을 헤아려오던 미국이 이제는 약소국의 입장이나 형편보다는 자국을 위주로 한 정책을 펼쳐나갈 방침이어서 한국의 입장도 적지 않은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과연 문재인 대통령이 이런 강경 성향의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어떤 결과를 도출해낼지 궁금하다.

양국간의 상황은 현재 북한의 핵과 한국에 이미 배치돼 논란이 일고 있는 미사일고고도방어체계(사드) 문제, 한미간 FTA 재협상 등 당장 해결해야 할 난제들이 있는 이유다. 이런 상태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이번 회담을 통해 미국으로부터 어떤 유익을 얻어낼지 그의 협상 능력이 시험대에 올라 있다. 아무쪼록 문대통령의 현명한 대처로 한반도에 긴장을 조성하고 있는 북한의 핵문제 해결, 사드배치 논란 종식과 함께 합리적인 FTA협상 도출을 기대한다.

문 대통령이 좋은 성과를 얻어내려면 세계적인 협상전문가들의 조언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이번 회담을 앞두고 문대통령은 우선 트럼프와의 신뢰 쌓기에 주력하겠다고 했다. 그것은 좋은 생각이라고 본다. 세계적인 협상전문가 와튼스쿨의 다이아몬드 교수도 말하기를 “나를 비롯한 모든 전문가는 이렇게 말했다. 협상에서 가장 중요한 자산은 바로 신뢰이다.” 라고 말이다. 쌍방간에 신뢰가 쌓이면 정보를 공유 할 수 있다. 그것이 이뤄지면 상대가 필요로 하는 욕구를 파악하게 된다. 그리고 서로의 니즈를 파악해야만 창의적 대안을 만들 수 있다. 이런 선순환의 출발점이 바로 신뢰라는 것이다.
트럼프는 고도의 비즈니스맨이다. 그를 상대로 무언가 얻어내려면 협상에 성공하는 방법을 터득해야 한다. 그것이 무엇일까. 눈앞의 작은 승리를 포기하더라도 미래의 더 큰 가치를 키우는 협상을 하는 사람이 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내가 먼저 상대에 뭔가를 줘야 한다는 기본원리다.

그리고 사람과 문제를 분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협상이슈에 따라 단호한 태도를 취하되, 최대한 부드럽게 대해야 한다는 뜻이다.

1990년말 페루와 에콰도르는 국경분쟁을 겪고 있었다. 전쟁직전의 위기 상황, 이때 두 나라의 대통령, 국방장관, 외교장관이 하나의 원칙을 갖고 만났다. 협상에 들어가기 전, 얘기는 일체 않고 한 시간 동안 가족, 취미, 스포츠 등에 대해서만 말하기로 했다. 그리고 나니 현안은 자연스럽게 해결돼 두 나라는 마침내 1998년 1월 평화협정을 맺게 된다.

문대통령은 이런 사례를 통해 트럼프와의 회담에서 양국간에 논란이 되고 있는 이슈들을 잠재우고 트럼프와의 조건없는 공동노력, 즉 양국간의 신뢰, 굳건한 동맹관계의 재확인을 하는 자리를 만들어 조만간 북한의 비핵화를 이끌어내 한반도의 평화 정착과 세계평화 증진에 이바지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juyoung@koreatimes.com

<여주영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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