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만 벙긋하면 거짓말을 하는 사람이 있다. 이런 사람을 영어로는 ‘페소로직칼 라이어(Pathological Liar)’라고 부른다는 것을 트럼프 덕분에 알게 되었다.
그렇지 않아도 트럼프의 말은 믿을 수 없다고들 했는데 특별히 며칠 전부터 미국의 주요 언론들이 일제히 트럼프 대통령에게 ‘거짓말 ‘이라는 단어를 연결시키고 있었다.
FBI 디렉터와의 대화 ‘테이프’에 대해 기자들이 기회가 될 때마다 질문을 했으나 모호한 대답만 하면서 41일이나 끌다가 ‘테이프가 없다’는 트윗이 나오자, 이것조차 또 어떻게 믿겠냐는 것이다. 테이프가 있어도 없다고 할 것이고, 없어도 있는 척 할 사람이니까 말이다.
MSNBC의 아침 프로그램 ‘모닝 조(Morning Joe)’의 조 스카보로 씨는 트럼프가 왜 ‘페소로직칼 라이어’인지를 설명하느라 의학용어를 쓰며 열변을 토했다. 트럼프는 자기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조차 모른다는 것이다. 그래서 병이라는 것이다.
지난 주말 뉴욕타임스 논설에도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 후에 했던 거짓말들을 샅샅이 분류까지 해서 통계를 냈다. 이유는 ‘이제 미국 국민들이 트럼프 거짓말에 무감각해져 버릴까봐’ 환기시켜주기 위한 취지라고 밝혔다.
트럼프는 취임 후 40일간 단 하루도 거짓말을 하지 않은 날이 없었으며, 지난 4-5개월간 그가 공공장소에서 거짓말을 했거나 또는 성명서로 거짓말을 했던 날들을 붉은 색으로 표시한 달력을 보니 그야말로 새빨갰다. 정치인들은 다 거짓말쟁이라고들 하지만, 거짓말을 하는 정치인들을 더 부추기는 역할은 국민이 하고 있는 듯하다.
사실, 트럼프는 거짓말로 대통령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케냐에서 태어났다고 하고, 9.11 때 무슬림들이 환호를 지르고 좋아했다고 하고, 9.11 때 자기 아는 사람 수 백 명이 죽었다는 거짓말을 했는데도 대통령이 되었다. 트럼프의 거짓말이 자기 마음에 꼭 맞아서 열광한 국민이 정말 많았기 때문이다.
대부분 트럼프 지지자가 하는 말은 ‘우리가 왜 멕시칸을 먹여 살리고 왜 무슬림들을 먹여 살려야 되냐’는 것이었다. 즉 돈이다. 자기만 잘 살겠다는 인간의 이기심이 병적 거짓말쟁이를 대통령에 앉혔다고 해도 될 것이다.
인간은 태초부터 거짓말을 하며 살아왔다. ‘이기심’이라는 절대로 버려지지 않는 인간의 본성 때문이리라. 예수님, 부처님, 공자님의 가르침조차도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쉽게 거짓으로 얼버무리면서 말이다. 선의의 거짓말은 제쳐 놓고라도, 밥 안 먹고도 먹었다고 하면 오히려 미덕이 되기도 하고, 알고도 모르는 척하거나 한 일을 안 한척 하는 것은 거짓말로 치지도 않는다.
트럼프로 인해 새삼스럽게 우리가 얼마나 거짓말에 젖어 살고 있는지를 돌아보게 된다. 트럼프가 거짓말한다고 공공연히 욕하는 나 역시도 자신이 거짓말을 한다는 의식조차 없이 거짓말을 하면서 살고 있는 ‘페소로지칼 라이어’가 아닌지……
그나마 희망적인 것은 현재 거의 60퍼센트의 국민이 트럼프를 거짓말쟁이라고 생각하며, 그의 말을 믿는 국민은 겨우 35퍼센트라는 퀴니피악 대학(Quinnipiac College)의 통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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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려 웨체스터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