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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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한강대교 폭파현장을 회상하며

2017-06-24 (토) 전재구/ 예비역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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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현재 병환으로 투병중인 전재구씨가 투병 전에 보내온 글이다.

몽매에도 잊지 못할 그날그날의 비극들, 주마등처럼 눈앞에 알랑거리네. 아. 아! 그날의 악몽들이여 영원히 이 땅에서 사라지리라 .6.25 새벽 38선, 평화스러운 조국 산하. 온 겨레 꿈나라에 있을 때 느닷없이 천지를 진동하는 포성들 맥진해 오는 전차들의 굉음 산골짝에 울려 퍼지고 깊은 잠에 취해있든 우리 간성들 날벼락 같은 포탄 세례 속에서 순간 막사는 죽음의 바다로 진지는 불바다로 돌변 하였네

일순 조국은 백척간두의 국난 속으로 기습남침. 비상소리 요란하고 붉은 마귀들 막강한 화력과 기동력을 앞세워 파죽지세로 의정부 창동을 유린하고 미아리. 청량리 서울 방어선을 돌파 하네.


일시에 쏟아져 나온 인파와 차랑들, 유일한 다리 한강 대교로 운집하네. 때는 바야흐로 1950년6월28일 02시 밤하늘에는 일대 섬광이 지나가고 땅에는 지축을 흔드는 대 폭발음들, 순간 한강철교와 대교는 양단 되었네

입추의 여지없이 다리를 건너가든 인파와 장병들 그리고 차량들, 수 만 명의 절규소리와 함께 공중으로 사라져갔네 사람들. 머리 위에는 하늘에서. 혈혼과 파편들이 비가 되어 쏟아져 내리네. 이곳 바로 아비규환의 지옥세계.

퇴로 끊기고 방향 잃고... 정신착란 속에서 육본장병들 공중분해 되었네. 강북에서 싸우던 우리 장병들, 적 전차 앞에서 학살되고 유린되어 그 수 4만여 명에 달하니 육군의 운명도 대한민국의 운명도 다리 끊겨 풍전등화 격이 되어 바야흐로 폼페이 최후의 날을 방불케 했네.

강변에. 주인 잃은 수많은 차량과 중화기들, 앞에 한강 폭우로 성난 듯 흐르고 뒤에는 광란하는 적 전차들, 우리들 차를 불태우고 무차별로 난사하네. 진퇴양난의 위기에서 방황하는 우리장병들, 신의 가호만을 빌었네. 배 길 끊겨. 갈길 잃은 사람들의 물결, 백사장에는 넋을 잃은 수백만의 피난인파 오는 배는 없어 혈안이 되고 지치고 하늘 보고 땅 치고 구세주만 기다리네.

요행으로 배에 탑승한 사람들, 하중을 견디지 못해 침몰되고 도처에서 수장되는 참상이 연일 연출 되었네. 그 이름도 한탄강으로 죄 없이 희생된 영혼들, 원통해 구천을 해메이고 있을 듯 .

한강과. 적 전차 포위 속 절대 절명의 기로에선 우리들, 희망 잃고 자살을 강요당하며 신에게 살려 달라고 절규하고 있을 때 한 학생 구세주 같이 홀연 나타나 사지에서 우리를 구해 주었네 . 그 후 처절한 낙동강 전선, 두 달간의 혈전, 인천상륙작전의 그날, 기사회생의 전기 진격으로 우리 장병들 함성 속에 9.28 수도서울에 입성 하였네.그날의 한강은 어제의 비극들을 잊은 듯 유유히 흐르고 있었네.

<전재구/ 예비역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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