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계향 선생님을 추모하며

2017-06-22 (목) 김명순/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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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문학의 대가, 큰 별이셨던 이계향 선생님이 저 세상으로 가셨다. 선생님은 1989년 미동부 한국문인협회를 창립했고, 초대, 2대, 3대 회장을 하셨다. 선생께서는 6월16일 가족묘지 켄시코 공동묘지에 고이 묻히셨다. 선생님은 우리를 그렇게 떠나셨고, 돌아오는 내 마음은 텅 비어 허전했다. 그 고우신 모습을 다시 뵐 수 없다고 생각하니 슬픔이 앞섰다.

1959년 [자유문학지]에 [이국소녀시절의 추억] 3편을 발표하며 등단했던 선생은 1963년 수필집 [부운의 변두리]를 시작으로 다양한 작품들을 출간했고 2001년에는 [이계향 전집 전 9권6책]을 간행하였을 만큼 남기신 문학적 성과는 대단했다.

이계향 선생님은 “글을 쓰는 사람은 만세(萬世) 만인(萬人)의 심혼(心魂)에 대해 칼을 든 것이다.” 라고 하였다. 선생께서 물려주신 문학 유산이야말로 해외에서 문학을 하고자 하는 후배들에게 귀중한 가치가 되고, 영원한 빛이 될 것이다.


1970년 뉴욕으로 이주하여 삶과 문학을 공작새 깃처럼 펼치셨던 선생님은 수필문학의 대가, 큰 별이셨고, 글 솜씨, 말 솜씨, 손 솜씨, 옷맵시가 매우 뛰어난 분이셨다.
1985년 뉴욕 한국일보에 발표된 선생의 ‘유골 이민’은 내게 많은 감동을 주었던 작품이었다.

‘누구나 죽으면 그 뼈를 고국산천에 묻히길 바란다는 것은 뿌리를 찾는 인간의 본능이며 엄숙한 바탕이라고 나는 생각해 왔다.’ 라고 쓰셨던 글 속에는 선생의 달관된 인생철학, 가족에 대한 깊은 사랑이 격조 높은 문장속에 잘 배어 있었다. 나는 그 글을 읽고 글을 쓰고 싶다는 열정이 샘솟았던 것이다.

선생께서는 전집 5권 23페이지에 ‘이 보잘 것 없는 졸저가 내 뒤에 오는 후배들에게, 특히 미국을 위시한 해외에서 문학을 하고자 하는 후배들에게 이 뿌리와 마음의 고향을 전달함으로써 온고지신(溫故知新)하는 데에 타산지석(他山之石)이라도 돼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는 간곡한 부탁을 남기셨다.

겉만 화려한 공작새가 아니라 문인으로서, 인간으로서, 참으로 알차게 살다 가셨고, 스스로를 닦고 닦아 하얀 공작새처럼 유유히 푸른 하늘을 날아가셨다. 그 모습이 참으로 우아하고 아름답게 보인다. 사랑하고 존경하는 이계향 선생님, 저 세상에서 편히 쉬소서!

<김명순/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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