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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죠수아 나무, 사막의 언저리에서 울다

2017-06-17 (토) 경 카발로/은행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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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저지 자문위원 글마당

뜨거운 입맞춤이 그대를 들뜨게 했나 봐
두 팔 벌리며 이른 아침부터 그대 그렇게 태양을 향해 서 있었지.
마음대로 안 된다고 소리치던 지난밤의 아우성이
타오르는 줄기로 불꽃 되던 새벽바람 속
누렇게 뜬 세상의 벽은 모두 허물고 그래도 꼿꼿하게 서 있자던
휘어진 목덜미 너머 그대는 눈꽃 같은 잔별로 살아 있었나 봐
난 거침없이 달려 나가 쏟아지는 뜨거운 빛살을 온몸으로 막고 싶었지
그러길 래 그렇게 멀리 서서 그대를 바라보지 말 걸 그랬나 봐
가늘게 말라가는 사막의 꽃줄기를 친구하며
가끔은 서럽게 온 몸을 뒤틀며 끝없는 세상을 향해 서 있는 그대를
그저 그렇게 속절없이 따라가지 말 걸 그랬나 봐
너무 뜨거워 마지못해 꽃잎을 피어오르는 벗 따라 그냥 가버릴 걸

그래도 그대 나 몰래 사나운 줄기를 피워 올리며
언젠가 솟구칠 꽃잎 하나 품어 안고 온 몸 가늘게, 가늘게 부서져 내릴 걸
뜨거운 인연은 이쯤 접자고 떠나는 길 29 팜 스프링 가는 팔목 간신히 들어올려
내 얼굴을 쓰다듬는 그대의 가녀린 허리여
내 세상은 내 것이 아닌 그대의 피어오르는 늦은 봄날의 미련이 될 걸
부글대며 끓어오르는 숨겨진 계곡
이제 남겨진 그대의 하얀 이마 같을 걸

난 그대를 한참 뒤로 떠나며, 떠나며
훨씬 더 가까운 세상 속으로 그렇게 들어서나 봐
그래도 그대가 남긴 무수한 향기로
내 세상이 온통 인고를 뒤집어 쓴 한 줄기의 시 한편이 될 걸
이제 무작정 달리지 말고 문득 멈춰 서서 그대의 부서지는 세상이 될 거야
난 그렇게 살고 싶은 그대의 세상이 될 거야
그래야지, 그대여, 친숙한 죠수아 나무여
그 때 그대여!
나랑 같이 서 있지 않을래?

<경 카발로/은행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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