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가상화폐의 꿈

2017-06-16 (금) 최희은/ 경제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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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의 눈

요즘 가상화폐인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의 가치가 급등하면서 관심을 끌고 있다. 거래소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올초 1000달러에서 11일 약 3000달러까지 가치가 3배 급등했으며 이더리움은 12일 407달러10센트까지, 올초 개당 8달러에서 50배나 뛰었다.

대박의 경험담은 가슴을 뛰게 하지만, 이에 앞서 산재한 위험도 만만치 않다. 한번의 해킹 공격으로 가상 화폐는 가상으로 끝이 날수 있기 때문이다.

이더리움이 중국 시장에 상장돼 가치가 치솟은 지난 달 31일, 정보 공유 웹사이트 미디엄 닷컴에는 15분만에 가상 화폐 8,000달러를 털린 경험담이 올라왔다. 브루클린의 코디 브라운의 이 이야기는 버라이즌으로부터 한통의 텍스트를 받으면서 시작된다. 텍스트의 내용은 다른 기기에 대한 인증을 요청하는 것이었다. 그는 버라이즌 서포트에 트윗을 날리고, 버라이즌 사기 방지 핫 라인 번호를 검색하며 도움을 요청했으나 아무 도움을 받지 못했다.


대신 그는 자신의 돈이 털리는 과정은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지메일은 사인 아웃되고, 가상 화폐 거래소인 코인 베이스 비밀번호는 리셋됐다. 비트코인과 라이트 코인, 이더리움 등 총 8000달러 상당의 가상 화폐는 그렇게 사라졌다.

그는 자신이 범죄의 표적이 된 이유를 얼마 전 해킹으로 가상화폐를 잃은 지인의 트윗을 리트윗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이 SNS 활동을 통해 공개 된 것은 그의 이름, 얼굴, 사는 곳 그리고 그가 가상화폐 거래자라는 것이었다. SNS를 통해 개인 전화 번호도 공개되는 시대에 온라인 지갑의 도둑질은 누군가에게는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반면에 이같은 피해에 대한 예방이나 대책 마련을 위해 도움을 요청할 곳은 마땅치 않다. 브라운이 자신의 전화 번호가 도난당했다고 도움을 요청할 때 돌아온 것은 전화기 너머 자동응답이 전부였다. 코인베이스의 핫라인조차 찾을 수 없었다.

빈부격차는 커지는데 목돈은 없고, 삶의 희망을 가상화폐에 거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좀 더 신중해져야 한다. 신가치 창출의 속도에 맞춰 개인 정보 보호 시스템 구축은 더욱 정밀해져야 하지만 그렇지 않다. 한달 동안 코인베이스 가입자 40만명이 추가됐다는 소식을 보며 우려도 더욱 커지는 이유다.

<최희은/ 경제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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