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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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에 침묵하는 아베

2017-06-14 (수) 여주영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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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패망후 미국이 한국에 들어왔을 때 마지막 항복문서에 서명하고 대한민국을 떠나게 된 일본의 총독 아베 노부유케가 남긴 유명한 말이 있다.

“우리는 패했지만 조선은 승리한 것이 아니다. 장담하건데, 조선이 제 정신을 차리고 찬란하고 위대했던 옛 조선의 영광을 되찾으려면 100년이라는 세월이 훨씬 더 걸릴 것이다. 우리 일본은 조선인들에게 총과 대포보다 더 무서운 식민교육을 심어 놓았다. 그들은 결국 서로 이간질하며 노예적인 삶을 살 것이다. 보라! 실로 조선은 위대했고 찬란했지만 이제 조선은 결국 식민교육의 노예로 전락할 것이다. 그리고 나 아베 노부유키는 다시 돌아올 것이다.“

이처럼 무서운 사고를 지닌 아베 노부유키는 1944년 일제강점기 마지막 조선총독에 올라 비록 5개월로 수명이 끝났지만 그 짧은 기간 동안 그는 조선인에 대한 식민지교육을 철저하게 단행했다. 한민족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 아베 노부스키 총독, 그의 손자가 바로 일본의 현 아베 신조 수상이다. 노부스키의 피를 고스란히 물려받은 아베수상이 과연 한국에 대해 어떤 정책으로 일관할 지는 누누이 설명하지 않고도 남을 일이다.


아베는 겉으로는 한국에 대해 가장 가까운 이웃임을 들먹이며 친선외교를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그가 과연 한국과 더불어 평화공존과 번영을 진심으로 기원하고 있을까. 그가 진정 그걸 원하고 있다면 우선 양국간에 화해와 공존관계 수립에 있어 최대의 걸림돌인 위안부 문제부터 깨끗이 청산해야 한다.

아베는 최근 한국에 새 정부가 출범하자 양국이 새로운 협력관계를 모색해 나가자며 경제계인사 360여명을 대동한 일본의 특사 니카이 도시히로 자민당 간사장을 한국에 파견했다. 하지만 한국인이 진정 원하는 건 무엇일까. 나이 어린 처녀들을 강제동원해 종군 위안부 노릇을 시킨 천인공노할 만행에 대한 일본의 진심어린 사과와 용서를 구하는 일이다. 이는 평생 치유할 수 없는 고통과 상처속에 살아온 위안부 할머니들의 한을 풀어주고 죽은 위안부들의 영혼을 달해주는 일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번 한국을 방문한 특사는 위안부 재협상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그런 바보같은 이야기는 국제적으로 통용되지 않는다.”고 한마디로 일축했다. 이러고도 일본이 양국간에 밀접한 관계정립을 위해 방문했다고 할 수 있을까. 일본은 여전히 한국과는 거리가 먼 나라임을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다. 전세계 70여 개국 재외공관 웹에 독도나 동해를 표기한 지도나 간행물이 발견되면 신고해줄 것을 요청하는 게시물도 실렸다.

이는 전적으로 아베의 패권주의, 군국주의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를 바로 잡는 일은 한국사회의 끊임없는 역사 바로 알리기, 올바른 역사교육에서만이 가능하다. 뉴욕과 LA 등 미주 대도시에서는 한인들이 기림비 설립, 소녀상 건립 등을 추진하면서 일본의 만행을 만천하에 알리고 있지만 일본은 오히려 자신들의 행보에 걸림돌이 된다는 반응이다.

한국인은 아베로부터 앳된 여성들을 종군위안부로 만들어 만행을 저지른 역사적 사실에 대한 인정 및 사과를 반드시 받아내야 한다. 미주 곳곳에 위안부 기림비 건립, 이번 뉴욕한인회 이민사박물관내 소녀상 건립 모금 운동 등은 이를 위한 강력한 추진 동력이 될 것이다.

독일은 역사적으로 600만 명의 유대인을 학살한 사건을 두고두고 사과하고 용서를 구하고 있고, 베트남전쟁과 인디언들에게 만행을 저지른 미국은 교육을 통해 반성을 하고 있다. 그런데도 계속 일본이 같은 태도로 나온다면 전 세계에서 고립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이미 이를 내다본 일본내 양심세력들의 발언은 끊이지 않고 있다. 아베수상은 이들의 쓴 소리를 귀담아 들어야 한다. 나카츠까 아키라 일본 나라여자대학교의 명예교수는 “아베 신조 수상의 행보는 일본을 전세계에서 고립시킬 것이다.

그런 식으로 나아가서는 일본의 미래가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일본의 만행에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깊은 사과를 드린다고 했다. 하지만 아베는 결코 이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 것이다. 아베의 입에서 언제나 사과와 용서라는 단어를 들을 수 있을지 요원하기만 하다.
juyoung@koreatimes.com

<여주영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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