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공평함과 평등함

2017-06-13 (화) 김성실 연합감리교회 선교회 인종정의 정책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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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웨체스터 칼럼

성경에 “선한 포도밭 주인의 비유”가 있다. 밭 임자가 아침 일찍 채용한 일용 노동자에게는 한 데나리온을(당시 노동자의 하루 품삯), 그 후 각기 다른 시간에 일을 시작한 일꾼들에게는 “공평한 품삯”을 약속했다. 일이 끝난 후 품삯을 받는 과정에서 늦게 일을 시작한 이들에게 한 데나리온이 지급됨을 보고 일찍 일을 시작한 일꾼이 약속되었던 한 데나리온 보다 더 많은 품삯을 은근히 기대했다가 실망한 이야기다.

오전 9시 제일 먼저 한 데나리온을 약속받고 일감을 찾은 노동자는 하루 종일 일하면서 행복했을 것이고, 그 후에 일자리를 구한 일꾼들은 일자리를 찾지 못해 초조했다가 오후의 짧은 시간이나마 열심히 일하며 무척 행복하고 감사했을 것이다. 이 상반되는 환경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행복했던 것도 잠시, 제일 먼저 일을 시작한 일꾼은 자신을 남과 비교하는 순간 하루 종일 느꼈던 행복이 불평과 시기로 변화된 예화로 포도밭 주인인 하나님의 “공평함” 을 비유한 것이다. 일찍 일을 시작한 일꾼은 제 멋대로 “평등함”을 기대했고, 밭주인은 “공평함”을 베푼 것이다.

백인의 이득을 전제로 만들어 진 미국의 사회제도는 흑인과 원주민에게 “불평등”한 대우와 “불공평”한 기회를 제공하였다. 경제적, 사회적으로 크게 벌어진 틈을 바로 잡기 위한 일환으로1961년 케네디 대통령 때에 “차별 철폐 조처법 (Affirmative Action )”을 만들어 취업 시에 인종차별 정책으로 불평등해진 사회에 공평한 정책을 시행하였고, 그 후 존슨 대통령 때에 종교와 성차별을 철폐하는 조항을 더 했다.


열악한 환경에서 자란 이들일 수록 섬세하고 많은 보살핌이 요구되며, 경쟁에서는 가산점이 필요한데, 얼마나 주는 것이 효율적이며 공평한 것인지 옳은 추측을 하기는 어려우며 좋은 정책도 시행착오는 있게 마련이다.

한 예로 흑인학생들의 SAT 점수가 많이 낮음에도 불구하고 대학입학 확률을 높여주었는데 이는 장기적으로 흑인 학생들의 경쟁력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우려도 있고 입학은 하였으나 교과과정을 따라가지 못해 자퇴하는 경우도 있다.

처음에 의도했던 대로 흑인과 미원주민들에게 돌아가는 유리함이 다른 소수 이민자들의 증가로 그들이 혜택을 받게 되는 경우도 허다하여 특히, 교육열이 높은 한인 이민자들의 경우 그들의 자녀들이 대학 진학 때와 취직 시에 소수민족으로서 유리한 혜택을 받고 있다.

어쨌든 완전하지는 못하지만 불공정한 사회제도적 인종차별을 바로 잡고자 “선한 포도밭 주인의 공평한 마음”과 같은 새로운 법을 시행하여 해결해 보려 시도된 정책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들 보다 훨씬 오래 전에 강제로 이주되어와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으며 살고 있는 흑인들과 자신들의 땅을 송두리째 빼앗겨 내 쫓긴 원주민들의 피의 역사는 아직까지도 계속되는 험한 상처를 주고 있다. 우리 이민자들이 그들의 상처를 함께 보듬어 주며 그들의 권익을 위해 함께 투쟁하여 백인들과 평등한 권리가 모든 이들에게 주어질 때에 우리 한인들도 당당한 권리를 갖게 될 것이다.

개인적인 인종차별의 의식변화는 물론, 제도의 변화를 가져오기 위한 인종차별퇴치의 동참은 선택이 될 수 없으며 미국을 내 나라로 선택하고 살아가는 시민으로서의 의무와 책임이다.

<김성실 연합감리교회 선교회 인종정의 정책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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