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으로서 전문직을 갖는다는 것

2017-06-10 (토) 홍성애 뉴욕주 법정통역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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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물론 생물들이 태어날 때 자기 선택이나 기호에 무관하게 남성과 여성으로 세상에 나온다. 그러나 사회적 규범이나 문화에 따라 여자의 운명은 극도로 달라진다. 그러나 힘이 세고 외부의 적대 세력과 대치해 가족, 부족 및 나라를 지켜왔던 남성들은 세계 어느 문화권을 막론하고 여성보다 모든 면에서 지배자적 우위를 차지해 왔다. 많은 여권 운동자들의 피눈물 나는 희생과 분투로 여건이 많이 달라진 현재는, 옛날 같으면 꿈도 못 꿀 남성만의 몫인 일, 전문성을 띈 직위를 여성들도 차지하는 좋은 세상이 되었다.

그런데 여자로서 전통적인 가내 제반사를 해나가는 외에 사회적으로 중책이 맡겨진 직위에 오르면 그야말로 수퍼 우먼이 되어야 하는 게 또한 여자의 운명이다. 남자들의 몇 갑절의 일을 안팎으로 감당해야 하고 교육도 남자보다 월등히 받아야 한다. 그 자리에 오르기까지 얼마나 힘든 고개를 넘어 왔겠는가? 더구나 남존여비 사상과 유교전통이 뿌리 깊은 한국 사회에서 여성이 프로페셔날이 된다는 건 참으로 험로이다.

돌이켜 보면, 그런 우리나라에서 비록 아버지의 후광을 업고 등장했다지만, 미국에서도 유래가 없는 첫 여성 대통령이 선출됐다는 건 여자들로선 크게 기쁘고 감격할 일이었다. 그런 점에서 오늘날 박근혜의 몰락은 비극이고 더욱 큰 충격을 주고 있다. 그녀의 실패요인을 살펴보면 여러 가지가 있다. 일방통행적 불통정치, 독선적 오판, 무능, 무엇보다 잘못된 주위인물 등등. 그런데 또 한 가지 지적하고 싶은 건, 그녀가 여자의 본능 즉 예쁘게 보이고 싶어 외양에 몹시 신경쓰며 가꾸는 것을 넘어서야 할 대통령이라는 중차대한 직위에 관한 인식이 너무 부족했다는 점이다. 젊게 보이려고 주름제거, 화장, 머리, 의상 등에 목매인 보통 여자들의 행동을 극복했어야 했다. 여자가 미를 추구하는 건 결코 비난할 일은 아니다.


하지만 매일 색갈이 바뀌는 바지정장, 거기에 맞춰 다는 브로치, 그래서 대통령이 오늘은 무슨 차림으로 나타날 건가에 관심이 쏠렸던 건 사실이다. 최순실이 대신 지불했다는 3년 동안의 의상비 7억이 넘는 금액은 그녀의 과도한 외양에 대한 집착을 말해주는 게 아닌가? 보통 공직 사회엔 소위 드레스 코드(dress code) 가 있어 거기 맞추어 옷을 입는다. 법원 같은 데선 판사는 검은 법의(가운)를 걸치고 검사나 변호인들은 검정 또는 짙은 감색 정장 차림이다. 여자 변호사들은 튀는 색깔의 의상이나 높은 하이힐은 피한다.

세월호의 7시간 의혹, 런던 국빈 방문시 일박 묵을 호텔에 가져간 물품들 및 그녀의 행적 일화는 실소를 금치 못하게 한다. 나는 타국사람들과 비교하는 걸 좋아하지 않지만 한 마디 안할 수 없다.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은 같은 감색 자켓을 3년 반복적으로 공중 앞에 입고 등장하지 않았는가? 유럽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의 여자 수상이!

여권을 부르짖고 추구하는 건 여자로선 당연한 권리다. 그러나 중대한 고위직이 주어졌을 때, 수행하는 태도, 집무능력, 성취도가 높아지려면, 평범한 보통 여자들이 추구하는 본능적 미적추구는 넘어서야 하겠다. 단정하고 품위가 있으면 유행에 상관없이 충분할 것이다. 패션계나 연예계인들이 아닌 이상 일반 사람들의 인식은 그의 능력이 발휘된 성취 및 결과가 더 주요함을 느낄 것이니까.

모든 여성전문직 종사자들이 남자 동료들의 시선에 꽃같이 보이기를 멈추어야 할 인식이 필요하다. 일 자체에 몰두해서 깨끗한 양심을 가지고 여성이기에 더 세밀하게 잘 해낼 수 있다는 신념으로 임하는 당당한 모습을 보일 때 사회는 인정해 주고 존경심이 자연히 우러날 것이 틀림없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어처구니없는 비참한 실패추락 이미지가 “역시 여자는 별 수 없어! “ 라는 결론으로 비약해서 열심히 분투하는 모든 일하는 여성들에게 부정적 영향을 끼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다.

<홍성애 뉴욕주 법정통역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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