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어떻게 살 것인가?

2017-06-12 (월) 연창흠 논설위원
크게 작게
한 때 ‘버킷리스트’를 만든 적이 있었다. 죽기 전에 꼭 해보고 싶은 일들을 담았었다. 실제론 행동으로 옮기진 못했다. 왜냐하면, 현실성이 없는 계획이었다. 그저 막연하게 언젠가를 기약하는 수준이었다. 결론은 계획은 실현가능한 것이어야 함을 느꼈을 뿐이다.

하고 싶은 일은 현실성이 중요하다. 목표를 높게 세우면 엄두가 안 난다. 초라한 결과에 실망할 수도 있다. 너무 낮아도 문제다. 좋은 결과 앞에서도 시큰둥해지기 일쑤다. 진정 자신이 원하고 할 수 있는 목표를 세우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자신이 원하는 일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신나게 할 수 있다. 스스로의 주제와 현실 파악도 쉽다. 힘든 노력에도 불평이 없다. 걱정하지도 않는다. 성과가 미흡해도 후회하는 마음이 들지 않는다. 결과보다 과정에서 느끼는 만족감이면 충분하기 때문이다. 매 순간 최선을 다하며 현재를 즐기는 것이 최선의 계획이기 때문이다. 90년대 할리우드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 소개되어 유명해진 카르페 디엠(Carpe Diem)의 의미처럼 말이다.


카르페 디엠은 로마시인 호라티우스의 시 한 구절에 나온다. 이 말은 ‘현재를 잡아라(Seize the day)'로도 알려져 있다. 카르페(Carpe)는 ’즐기다‘의 뜻이다. 디엠(Diem)은 ’날(日)‘을 의미한다. ’지금 살고 있는 현재 이 순간에 충실하라.‘는 뜻의 라틴어다. 현재를 잡고, 가급적이면 내일이란 말은 최소한만 믿으라는 의미인 셈이다.

요즘은 한 번뿐인 삶, 현재를 즐기며 살자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내일이 아닌 ‘지금 당장’을 즐기며 사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 시간과 돈을 아낌없이 투자한다. 이들을 가리켜 ‘욜로(YOLO)족’이라 한다.

욜로(YOLO)는 ‘You Only Live Once’의 줄임말. ‘한 번뿐인 인생, 후회 없이 살자’는 뜻이다. 불확실한 미래에 투자하기 보다는 현재의 행복을 중시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다. 원래 욜로는 미국에서 생겨난 신조어다. 지난 2011년 인기 래퍼 드레이크의 ‘The Motto'라는 곡의 가사 중 “You only live once; that's the motto nigga, YOLO' 부분에 ”인생은 한번 뿐이니 작은 일에 연연하지 말고 후회 없이 즐기며 사랑하고 배우라“라는 의미가 재조명 되면서 젊은이들이 즐겨 쓰는 유행어가 됐다.

지난해 2월에는 오바마 전 대통령이 오바마 케어를 독려하기 위해 제작한 2분짜리 동영상에서 "욜로, 맨(YOLO, Man)"이라는 말을 남겨 다시금 화제가 되기도 했다.

여하튼, 욜로 라이프를 향유하는 이들은 오늘의 행복을 위해 과감하게 배팅할 줄 아는 투자가의 면모를 지녔다. 지금 이 순간 나의 행복을 위해 소비하는 것을 아까워하지 않는 것이다. 통장잔고보다는 여행을 통해 보고, 듣고, 느끼는 체험과 경험이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한다고 여긴다. 그들은 이 세상의 전통적 가치에 얽매이지 않는다. 소유에 집착하지도 않는다. 그러다보니 최선을 다해 하루를 산다. 그날 누릴 행복을 그날 채운다. 막연히 미래에 행복이 올 것이라는 뜬구름 같은 생각은 하지 않는다.

구체적인 행복만을 만들어 간다. 인생은 한 번뿐이니 나만의 만족을 위해서 지금의 인생을 즐기는 이들이 바로 욜로족이다. 물론, 불확실성의 시대에 미래에 대한 희망을 접은 세대의 절망적 선택이라는 부정적 시각이 적지 않음도 부정할 순 없다. 그러나 카르페 디엠이 지금 살고 있는 현재 이 순간에 충실하자는 뜻이라면 욜로족은 현재의 행복을 위해서라면 무모한 도전이라도 실천하는 이들이 아닌가 싶다.

“은퇴는 언제 하냐? 그 후에는 뭘 하고 살 거야?”
나이가 나이인지라 인생 후반에 대한 질문이 잦아진다. 30년 가까운 언론생활 이후의 삶이다. 중년이면 누구나 한번쯤은 듣는 소리다. 또래들의 관심사이기도 하다. “앞으로 남은 인생 어떻게 살 것인가?” 인생은 정답이 없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 가장 즐길 수 있고 하고 싶은 일을 찾아 하다보면 인생은 분명 즐거워질 거다. 그것이 한번 뿐인 인생, 후회 없이 사는 방식이 아닐까 싶다.

<연창흠 논설위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