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창간 사설/미디어 홍수시대에 언론의 사명을 되새긴다

2017-06-0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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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문명의 발달은 종종 부작용을 동반한다. 인터넷의 발달로 야기된 정보의 범람과 그에 따른 혼란이 좋은 예이다. 인터넷은 우리에게 위대한 선물을 선사했다. 특정 집단에만 한정되던 정보를 개방, 누구나 접근할 수 있도록 길을 열었다. 정보에의 평등한 접근은 평등한 시민사회로 연결되면서 보다 나은 세상의 도래를 기대하게 했다.

불행하게도 지금 나타나는 결과는 그 반대이다. 아무나 아무 때나 정보를 만들어내고 유포하는 시대가 되면서 혼란이 극에 달했다. 지난여름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투표, 지난 가을의 미국 대선, 지난 연말이후 한국의 대통령 탄핵•구속사태와 조기대선 등 일련의 사건들을 거치며 우리는 이를 생생하게 경험했다.

이들은 그 자체만으로도 이견 대립이 심각한 역사적 사건들이었다. 여기에 다른 요인이 영향을 미치면서 사회적 갈등과 분열의 골이 위험할 정도로 깊어졌다. 바로 가짜뉴스이다.


가짜뉴스가 횡행하고 확증편향이 가세함으로써 어느 것이 진짜이고 어느 것이 가짜인지 분간이 어려워졌다. 이로 인해 야기된 혼란은 사회의 근본적 토대인 신뢰를 허물어트리고 있다.

뉴욕한국일보가 창간 50주년을 맞았다. 왜곡•날조된 뉴스와 정보들이 최소한의 사실규명의 시도도 없이 떠다니는 뉴스 홍수의 시대에 본보는 언론의 기본적 사명을 되새긴다. 사실과 진실에 기초해 정확하고 공정하게 보도하는 자세이다. 신뢰할 수 있는 뉴스에 대한 독자들의 목마름에 응답하는 것이다.

한국일보는 미주 한인이민 제2의 물결과 역사를 같이 했다. 1903년 하와이 사탕수수밭 취업이민이 한인이민의 첫 물결을 이루었고 이후 동결되었던 이민은 1965년 개정이민법이 1968년 시행되면서 제2의 물결을 이루었다. 곧 이어 창간과 함께 본보는 한인사회에 정보를 제공하고 한인들 간 네트웍 형성과 소통을 돕는 커뮤니티의 사랑방 역할을 했다.

초기 이민사회에서 정보는 생명줄이었다. 언어와 문화, 시스템이 생소한 미국에서 이민1세들은 정보에 목말랐다. 본보에 실린 기사 하나하나가 그대로 생활에 적용되었다. 아울러 모국어로 모국의 정서를 담은 신문은 모래알처럼 흩어져 있던 한인들을 하나로 묶는 민족적 연대의 장을 제공했다. 한국일보라는 구심점이 한인사회의 발전에 기여했고, 한인사회의 발전 덕분에 본보는 오늘의 성장을 이루었다.
디지털미디어 시대가 되면서 정통언론의 역할은 위축되는 듯 했다. 위축된 것이 사실이다. 아침에 신문을 배달받아야, 저녁에 TV를 켜야 뉴스를 보던 시대는 아득한 과거가 되었다. 인터넷이 등장하면서 사회 전반에 변화의 바람이 몰아쳤지만 그중 큰 변화를 겪은 것은 미디어이다. 디지털미디어들로 미디어 홍수 시대가 되었다. 정보가 자유롭고 풍성하게,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퍼져나가는 도도한 흐름은 일단 긍정적이다. 정보의 민주화가 이루어졌다.

하지만 정보의 질을 관리하는 작업이 이루어지지 않아 많은 문제들이 생기고 있다. 왜곡된 정보, 가짜 정보, 잘못된 정보, 저질의 정보들이 여과장치 없이 마구 배포되고, 사회관계망을 통해 퍼 날라지고 있다.

거기에 생각이나 신념에 따라 믿고 싶은 것만 선택하는 정보의 편식현상이 가세하고 확대재생산 되면서 이념적 양극화 현상은 날로 심해지고 있다. 특히 특정한 의도를 담은 가짜뉴스들은 의혹과 갈등, 분열을 조장해서 엄청난 사회적 대가를 치르게 한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기본적 신뢰가 붕괴될 위기이다.

정확하고 공정한 보도라는 언론의 기본사명이 그 어느 때보다 요구된다. 창간 50주년을 맞아 뉴욕한국일보는 창간하던 그날의 겸허한 자세로 언론의 사명을 가슴에 새긴다. 정의와 양심에 기초해 확인된 사실과 진실만을 보도하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불편부당의 자세로 정정당당한 보도의 원칙을 지킴으로써 정론지로서의 정체성을 다질 것이다. 신문의 생명은 독자의 신뢰이다.

본보가 오늘에 이른 것은 독자들이 보내준 무한한 신뢰 덕분이다. 범람하는 정보들로 혼탁한 이 시대에 뉴욕한국일보는 책임있는 자세로 올곧게 보도함으로써 한인사회가 신뢰하는 신문, 그래서 신문다운 신문이 될 것을 약속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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