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늘 하루 이 창 열지 않음닫기

야인정신(野人精神)

2017-06-07 (수) 여주영 주필
크게 작게
이 시대 최고의 경영자(CEO)로 칭송받아온 애플의 전 CEO 스티브 잡스의 일생은 가시밭길의 연속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양부모 손에 자라면서 대학도 중퇴하고 애플을 창업, 온갖 시련과 난관 속에서도 당당히 성공을 거두었다. 그는 일찍 작고했지만 이 시대 젊은이들에게 혁신과 도전의 아이콘이 되고 있다.

췌장암으로 건강이 악화되기 전까지 그는 자신의 꿈과 희망, 목표를 향해 최선을 다했다. 언젠가 꼭 만들고 싶다던 배를 디자인 하고 그것을 수정하고 또 수정하면서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생전에 그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회상한다. “그게 완성될 때까지 살아있을 것 같지 않았다. 하지만 디자인을 계속하기로 결심했지요. 어쩌면 완성 전까지 살아있을 수도 있잖아요. 공연히 포기했다가 2년 후에도 살아있으면 얼마나 화가 나겠습니까. 그래서 계속 해나가기로 했습니다.”

그는 어떤 악조건에서도 꿈과 열정, 끈기를 가지고 도전했다. 이런 강한 정신이 이 시대 한인젊은이들에게도 필요하지 않을까.


지금의 많은 젊은이들은 꿈과 희망도 포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속되는 불황과 심각한 취업난 때문이다. 한국의 경우 한 포털 사이트가 20-30대 젊은이 500명을 대상으로 연애, 결혼, 출산, 인간관계, 내 집 마련, 희망, 꿈 중 하나라도 포기하거나 포기할 생각이 있는지를 물어보았더니 85.9%나 되는 젊은이들이 그렇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얼마 전만 해도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했던 3포 세대에 이어 내 집 마련과 인간관계를 포기한 5포 세대더니 이제는 꿈과 희망마저 포기한 7포 세대에 이른 것이다. 미국도 젊은이들의 실업률과 함께 꿈과 희망을 포기하는 이들이 적지 않은 현실이다.

최근 미국의 수많은 대학생들이 대학에서 졸업식을 갖고 사회에 진출했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아 벌써부터 걱정이다. 1인당 평균 3만 달러에 가까운 학자금 부채가 있는데다 취업의 길도 만만치 않은 이유다. 그러다 보니 요즘 대학가의 졸업식은 우려와 두려움으로 가득 찬 졸업식이 돼버렸다. 그러나 온갖 어려움 속에서도 끝까지 도전해 꿈을 이룬 젊은이들이 있다는 사실을 졸업생들은 참고해 열정을 가지고 사회생활을 했으면 한다.

지금 불과 33세인 세계최대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의 창업주 겸 최고 경영자(CEO) 마크 저커버그의 성공은 그가 하버드대학을 중퇴하고도 10년 만에 이룬 쾌거이다. 이를 보면 꼭 학벌이나 어려운 조건이 문제가 아님을 확실히 알 수 있다.

대학졸업생들이 한창 꿈을 펼치며 분주다사해야 할 시기에 상황이 안 좋다고 아무런 목표 없이 의미 없는 생활을 하는 것은 자신의 생을 포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미국의 유명한 식물학자 윌리엄 클라크 박사는 말했다. “젊은이들이여, 야망을 가져라!(Boys be ambitious!)”

이 말 속에는 아무리 험난하고 실패에 실패를 거듭해도 굳세게 일어나는 칠전팔기, 힘차게 차고 나가는 강한 의지의 야인정신(野人精神)이 들어 있다. 한인 대학졸업생들은 지금의 어려운 여건이 족쇄가 아니라 성공과 축복의 원동력이 된다는 사실을 기억했으면 한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말처럼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 영광의 졸업장을 쥐고 대학문을 나서는 대학졸업생들은 상황이 아무리 나빠도 좌절하지 말고 드넓은 세상을 향해 높은 희망과 꿈을 가지고 힘차게 나아갈 것을 권한다.

토크쇼 호스트 겸 배우, 제작자 오프라 윈프리는 인생의 최 밑바닥에서 온갖 시련을 겪으며 세계적으로 성공한 인물이다. 그것은 오로지 그의 삶에 대한 의지와 용기, 도전정신이 가져온 결과이다. 그녀는 지난달 20일 스키드모어 갈리지 졸업식 연설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세상을 살다보면 질병의 형태나 직장문제 등 고비가 있게 마련이다.

그것은 당신이 누구인가를 설명하게 될 혹독한 어려움이다. 그런 난관이나 시련으로부터 당신을 자유롭게 할 ‘진실’을 파악하는 건 바로 당신 자신이다.” 이제 막 대학을 졸업하고 생존경쟁이 치열한 사회로 첫 발을 내딛는 한인 젊은이들이 가슴 깊이 새겨두어야 할 말이다. juyoung@koreatimes.com

<여주영 주필>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