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탈북시인 김성민

2017-06-05 (월) 최효섭/아동문학가·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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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들이 운영하는 자유북한방송(FNK)은 지난 어머니날 방송에 탈북자 김성민 시인(55)의 기구한 이야기를 보도하였다. 그는 북한에서 34년을 살다가 1999년 2월 한국에 들어왔다.

김성민은 남과 북의 비교를 유머러스하게 표현하였다. “남은 노동자 농민의 아들, 아파트 관리인의 아들도 대통령이 될 꿈을 꿀 수 있는 나라이고, 북은 그 반대로 수령의 아들만이 수령이 될 수 있는 나라이다.” 김 성민은 현재 폐암으로 투병중이고 6개월 시한부 선고를 받은 위중한 상태이다.

김성민은 북한 최고의 시인 김순석의 아들이었다. 두만강을 건너 탈북하였으며 조선족 교회를 찾아갔고, 다련에서 한국행 배를 타려다가 체포되어 북한군에 인도되었다. 연행 중 열차에서 창문을 깨고 뛰어내렸다. 몽골, 베트남 등을 전전하다가 구사일생(九死一生)으로 한국의 품에 안겼다. 그에게는 아내와 딸 하나가 있다.


김성민은 북한에서 김형직사범대학 작가양성반에서 공부하였으며 인민군 대위로 군 복무를 마쳤고 한국에 와서는 중앙대 예술대학원에서 석사 과정을 이수하였다. 탈북자와 한국대학생 모임인 ‘백두한라회’ 회장을 맡고 있으며 탈북자동지회 사무국장이기도 하다. 많은 시를 발표하였는데 그 중 짧은 시 ‘동작대교 위에서’(2006년)를 소개한다.

다리 위를 걷는다 강물이 비껴간다/ 잿빛 연기 속에 질주하는 승용차들/ 어디선가 굴러온 휴지 한 조각이/ 광란의 소용돌이에 몸을 던진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바람소리로부터/ 차창 속 버들거리 눈빛들로부터/ 피할 길 없는 삶이 야속할 만큼 보고파지는/ 그리워지는 옥류교 난간에 몸을 던진다.

북한 정부의 전 주영(駐英) 대사였던 지영호씨도 탈북 망명자인데 이런 말을 하고 있다. “김정은 시대는 끝나가고 있습니다. 정부에 대한 북한 주민의 반감이 매우 심합니다. 한국TV 드라마를 통하여 한국이 북한보다 훨씬 더 잘 살고 있다는 것을 북한 사람들도 다 알고 있습니다. 남쪽 TV를 보다가 들키면 2,000달러 정도의 벌금을 물지만 그래도 죽을 각오로 남한의 TV를 봅니다.”

조국통일은 분단 후 70년 동안 교회마다의 기도제목이었고, 사람마다의 화젯거리였지만 현재도 상황은 막막하기만 하다. 북한은 국제연합과 세계여론이 무슨 소리를 하건 아랑곳없이 핵과 탄도미사일 실험에 열중하고 있다. 중간 역할을 할 가장 적절한 나라는 물론 중국이다. 북한은 대외무역의 90%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과 거래를 하고 있는 중국의 기업들과 금융기관들이 미국과의 거래가 끊기면 큰일이기 때문에 중국 정부로서는 쉽사리 미국을 멀리하기도 난처한 입장에 있는 것이 시진핑의 고민일 것이다.

당장 이번 가을에 중국 공산당대회가 있고 새 정부지도부의 교체를 앞두고 있다. 일단 중미 양 거두는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발사 중지를 북한에 요구하였으나, 북은 북극성 2형 미사일을 평남 북창에서 또 발사하였다.

그것도 중국이 야심차게 착수하고 있는 ‘일대일로 국제협력 수뇌포럼’이 열리고 있어 130개국 대표들과 29개국 국가정상들이 베이징에 모여 있는 잔치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다. 때마침 한국에서는 문재인 새 대통령의 취임식을 거행한지 일주일도 안 된 5월 14일에 벌어진 일이다. 과연 중국이 송금규제, 석유 수출금지 같은 대북 제재를 감행할지 매우 궁금하다.

<최효섭/아동문학가·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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