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임플란트

2017-06-03 (토) 서지선/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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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아버님 댁에 보일러 놓아 드려야겠어요.” 1991년에 방영되어 엄청난 히트를 쳤던 경동 보일러의 광고 문구이다. 그런데 요새는 이 말이 조금 바뀌었다고 한다. “여보! 아버님 임플란트 해드려야겠어요.” 우리 부모님이 어릴 적에는 임플란트라는 치과 치료는 없었다는데, 요새는 임플란트 없이는 치과치료를 논할 수 없게 되었다.

임플란트의 역사는 생각보다 짧다. 1952년 스웨덴의 브레네막 박사는 뼈의 치유과정을 연구하기 위하여 토끼의 골절된 다리뼈를 티타늄으로 만든 나사못으로 고정했다. 본 목적은 그 상태에서 뼈가 치유되는 것을 관찰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실험이 끝나고 고정하기 위하여 넣었던 티타늄 나사못을 제거하려는 과정에서 이 티타늄이라는 금속이 뼈와 단단하게 고정되어 제거가 어려울 정도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브레네막 박사는 이 발견에 착안하여 치과용 임플란트를 개발하게 된다.

이 치과용 임플란트는 개발 초기에는 지금과 형태가 많이 달랐으며, 또한 많은 사람들에게 외면을 받았다. 그러나 장기간의 연구와 개발을 통해서 1970년대에는 우리가 알고 있는 임플란트의 형태를 갖게 되었고, 1980년대에는 보편화된 치과치료의 대열에 합류하게 된다. 정리하자면, 임플란트가 치과계에 본격적으로 합류한 역사는 고작해야 30-40여년 정도일 뿐이다.


임플란트의 원리는 간단하다. 티타늄이라는 금속으로 된 기둥을 턱뼈에 삽입하면 이 기둥은 티타늄의 성질에 따라서 뼈와 결합하게 되는데 이 과정을 골 융합이라고 한다. 이 골 융합을 통해서 고정된 기둥 위에 치아모양의 보철물을 올리는 것이다. 최근에 들어서는 임플란트가 뼈와 더 잘 붙도록 하기 위하여 티타늄 기둥의 표면을 다양한 방법으로 처리하는 방법들도 고안되고 있다. 이러한 임플란트의 개발은 치과치료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틀니의 불편감에서 해방되는 길이 열린 것이다. 물론 임플란트도 만능은 아니지만 그래도 틀니에 비할 손가!

나는 임플란트를 통해서 세상의 빠른 변화를 느낀다. 수백 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틀니를 고작해야 30-40년전 생겨난 임플란트가 대체했다. 한국 사람의 과반수이상이 사용하는 카카오톡이라는 메신저는 고작해야 7년 전에 생겨났을 뿐이다. 불과 십 년 전만 해도 한국에 있는 가족과 통화하려면 국제전화를 이용해야 했지만 이제는 핸드폰만 있으면 돈 걱정 없이 오랜 시간-심지어 얼굴을 보면서-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임플란트가 치과치료에 합류한지 고작 수십 년 밖에 되지 않았는데, 벌써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하려는 시도들이 생겨나고 있다.

최근에는 치아 재생이 치과계의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고 한다. 물론 상용화가 될 정도의 연구는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인류는 벌써 임플란트의 시대를 넘어 다음 시대로 가기 위해 도약 중이다. 치아의 재생이 가능한 시대의 모습은 또 어떨까? 설레는 마음으로 상상해본다.

<서지선/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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