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탄핵

2017-05-30 (화) 최효섭/아동문학가·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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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이란 한자는 매우 어려운 말로 따질 탄(彈)과 캐물을 핵(劾)을 쓴다. 일반적 절차에 따른 판결이 곤란한 대통령 국무위원 법관 등 고위 공무원을 국회에서 소추하여 해임 혹은 처벌하는 제도이다. 대통령 탄핵은 국회의원 3분의 2 이상의 가결에 의하기 때문에 탄핵안이 통과되려면 아주 어렵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은 592억 원의 뇌물 수수와 18개의 혐의로 국회를 통과하였고, 헌법재판소 전원 일치의 가결로 최종 결판이 났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선거법 위반, 불법정치자금 수수 등으로 탄핵안이 국회까지는 통과하였었으나 헌법재판소에서 기각되었다. 미국의 경우는 Andrew Johnson 과 Bill Clinton 두 대통령이 하원에서 탄핵안이 통과되었으나 상원에서 기각되어 실현은 안 된 예가 있다. 국가의 고위공무원이 아닐지라도 죄를 다스리는 일은 엄중해야 인간사회의 질서가 선다.

19세기 러시아가 낳은 문호(文豪) 도스토예프스키는 그의 대작 ‘죄와 벌’을 통하여 죄 짓는 생활을 거듭하는 주인공의 이율배반적(二律背反的)인 인생행로를 흥미진진하게 서술하고 결국 그가 자수하고 당당하게 벌을 받는다는 줄거리인데 인간모순의 해결점은 ‘진심의 뉘우침’에 있음을 말하고 양심으로 돌아가는 것만이 해방의 길임을 호소하고 있다. 도스토예프스키가 사용한 러시아어로 죄를 프레스투프레니(Prestuplenie)라고 하는데 “어떤 경계를 넘어서는 행위”를 뜻한다. 즉 자기를 믿고 자기중심적이 되는 것이 죄이다.


이것은 구약성경의 사상과 유사하다. 신이 창조한 최초의 인간 아담은 의식주 문제에서 아무런 불편이나 부족이 없었다. 그런 상황이 소위 에덴동산이다. 그러나 아담은 ‘하나님 같이’(sicut Deus) 되고 싶어 한다. 그것을 성경은 죄로 규정하였다. 따라서 죄 문제의 해결 곧 구원은 나 중심에서 하나님께로 방향을 돌이키는 것이다. 만일 그대가 진(眞)을 신으로 생각한다면 진리로 돌이키는 것이 구원이다. 선(善)이나 미(美)를 지고선(至高善)으로 생각한다면 선과 미로 돌이키는 것이 그대의 살길이 된다.

알몸으로 자연스럽게 살던 아담이 죄를 지은 후 “벌거벗은 수치를 알게 되었다”(창세기 3:7)고 한다. 스스로의 잘못을 깨닫고 수치를 알게 된 것이다. 4세기의 철학자 아우구스티누스는 ‘신처럼 되려는 마음. 즉 스스로 높임’을 스페르비아(superbia) 곧 죄라고 정의하였다. 미국의 신학자 니이버는 자만심(Pride)을 죄로 보고, 독일의 신학자 틸리히는 ‘스스로 높임’(hybris)를 죄로 규정하였다. 즉 성경의 죄의 관렴은 도덕문제가 아니라 신 중심이냐 인간 중심이냐의 문제이다.

도스토예프스키는 한 노파를 살해하고 시베리아에 유배되어 4년간 호된 강제 노동에 종사한다. 그는 죄를 지은 것은 자기가 초인(超人)인지 아닌지를 알아보려는 것이었다고 하였다. 즉 자기가 인간의 영역을 뛰어넘어 신의 영약에 들어갈 수 있는지를 시험하고자 하였다는 말이다. 그는 모든 종교는 미신이며 어둠과 불투명의 사슬이라고 믿는 무신론자였다. 그는 과학에 열중하였다. 그러나 죽음의 선을 여러 번 통과한 뒤에 비로소 신앙으로 돌아섰다.

실상 전 대통령 박근혜만이 탄핵된 것이 아니다. 신을 향한 뒷발질이 죄라면 너도 나도 탄핵되어야 마땅하다. 한자의 죄는 罪라고 쓴다. 머리의 四는 넷이라는 뜻이 아니라 그물을 가리킨다. 사회적 혹은 도의라는 그물에서 벗어나는 것이 죄이며, 법을 벗어나는 것이 죄이고, 성경에서는 신의 계명을 벗어나는 것을 죄라고 한다. 그래서 죄와 의(義)에 대한 처벌과 보상이 천국과 지옥으로 표시되었다.

성경은 “모든 사람이 죄를 범하였으매 하나님의 영광에 이르지 못하더니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구속으로 말미암아 하나님의 은혜로 값없이 의롭다 하심을 얻었다.”(로마서 3:23-24)고 말하고, “죄의 삯은 사망이요 하나님의 은사는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영생이다”(로마서 6“23)고 말한다.

<최효섭/아동문학가·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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