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마음의 자전거

2017-05-27 (토) 김명욱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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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한 대가 생명 줄이 되어 펼쳐지는 한 편의 영화가 있다. 1948년 이탈리아에서 제작된 자전거 도둑(The Bicycle Thief)이다. 루이지 바르톨리니가 원작자이며 비토리아 데 시카가 각본과 감독을 맡았다. 2차 대전이 끝난 후 로마엔 수많은 실업자들이 있었고 그들에겐 밥줄이 없었다. 주인공 안토니오도 그 중 하나였다.

그는 천신만고 끝에 전단붙이는 직업을 얻어 자전거를 한 대 구했는데 그만 생명 줄인 자전거를 도둑맞는다. 아들과 함께 자전거 도둑을 잡았으나 가난한 간질병환자여서 자전거를 돌려받을 수 없게 되자 착안한 게 자전거 도둑이었다. 어설피 도둑질하다 들켜 몰매를 맞고 경찰에 넘겨지는데 아들 때문에 풀려난다는 내용이다.

도둑질도 아무나 하는 게 아닌가보다. 지난 주 산호세에 볼일이 있어 다녀왔다. 이 지역은 실리콘밸리로 유명하다. 시간이 있어 산호세와 가까운 샌타클래라 마운틴뷰에 본사를 두고 있는 구글(Google)을 가보았다. 회사는 건물이라기보다 타운(town)이었다. 또 캠퍼스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런데 구글 타운은 자전거 천국이었다.


자전거 한 대로 생명 줄로 삼았던 안토니오가 구글 타운에 왔다면 자전거를 돈 안 내고 매일 타고 다녔을 거다. 구글로고 색깔로 칠해진 자전거가 타운 전역에 흩어져 있다. 아무나 타고 다닐 수 있고 아무데나 그냥 세워 놓으면 된다. 한 번 타 보았더니 아주 잘 나간다. 돈과 맞먹는 시간을 아끼라는 구글의 아이디어인 것 같다.

2000년 취재차 중국을 방문했을 때다. 북경을 비롯해 조선족이 많이 살고 있는 연변과 시골도 방문했는데 도시건 시골이건 자전거로 다니는 사람들이 밀물과 썰물처럼 인산인해를 이루며 지나가는 것을 보았다. 사람들보다 자전거가 더 많아 보였다. 현재 중국에선 혁신중국의 일환으로 자전거공유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자전거공유정책이란 자전거를 함께 소유한다는 뜻이다. 스마트폰으로 자전거의 큐알코드(Quick Response Code)를 스캔해 잠금을 풀고 사용 후 목적지에 주차하면 된다. 요금은 30분 단위로 미화 약 70센트다. 자전거공유 정책은 정부가 아닌 민간주도이며 ‘인터넷+’ ‘중국제조 2025’ 친환경 공유경제 모범 사례정책이다..

자전거공유정책은 중국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실시되고 있다.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은 2011년까지 5년간 6,000대의 자전거정책을 위해 총 4,000만달러를 후원받아 뉴욕 곳곳은 자전거전용도로가 생겼다. 시장 임기 말인 2012년부터 자전거도로가 활용돼 드블라지오 시장이 당선된 2013년부터 공유정책은 활성화를 띄고 있다.

자전거 도로 건설은 자전거뿐만 아니라 산책로와 함께 건설되기에 시민들의 건강과도 직접 연결된다. 작은 딸은 보스턴에서 약 4년간 학창시절을 보내면서 자전거로 통학을 했다. 그래서인지 다리가 아주 튼튼하게 생겼다. 학업 후 뉴욕에서 직장을 잡았는데 지금도 자전거로 뉴욕과 뉴저지를 오고가는 등 자전거를 잘 활용한다.

뉴욕시티공유(共有/share)자전거(Citi Bike) 사용료는 1년 95달러, 7일 25달러, 24시간 9,95달러다. 세금이 추가된다. 주의할 점은 하루치와 일주일치는 사용시간이 30분, 1년치는 45분 제한이다. 시간이 초과되면 요금이 더 부과되는데 시간 안에 다른 대여소에 반납하고 다른 자전거로 갈아타면 추가요금이 부과되지 않는다.

“자전거를 하나 갖고 싶다/ 차를 살 생각을 하는 사람들은/ 이런 나를 비웃을지 모르지만/ 바퀴와 페달만 괜찮다면/ 브레이크만 이상 없다면/ 헌 자전거라도 상관없으리~중략~자전거를 하나 갖고 싶다/ 어디든 달려갔다가 멈추고 싶은 곳에 멈출 수 있는 안 마당에 괴어 있는 자전거 한 대가 나의 희망이 되었으면 좋겠다”

시인 김명국의 시 ‘자전거’다. 생명줄이었던 안토니오의 도둑맞은 자전거. 너무 인상적이었던 아무나 타고 내릴 수 있는 구글 타운의 무료 자전거. 미래 도시정책의 하나인 너도나도 탈 수 있는 유료 자전거. 인내와 희망의 두 페달 밟고 나아가는 자전거로, 멈출 수 있는 곳에 멈출 수 있는 마음의 자전거 한 대 있었으면 좋겠다.

<김명욱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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