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9일은 연방공휴일 메모리얼 데이(Memorial Day)로 3일 연휴인데다가 바비큐 시즌의 시작으로 본격적인 여름이 전개되는 시점이다. 사는 지역에 따라 기념행사나 퍼레이드가 열리고 마당 넓은 집집마다 바비큐 연기 냄새가 동네 한복판을 가로질러가는 날이다.
이 날은 원래 1865년 남북전쟁(1861~1865)으로 전사한 북부 군인들의 묘에 화환을 바치며 시작된 날로 ‘데코레이션 데이(Decoration Day)’ 라 했으나 1870년 남부와 북부 구분 없이 남북전쟁으로 전사한 군인들을 기리는 날이 되었다. 1차 세계대전 후에 미국이 참전한 모든 전쟁에서 사망한 이들을 기리는 날로 메모리얼 데이라 불려졌고 1868년 연방공휴일, 1971년 5월 마지막 주 월요일로 지정되었다.
그런데 나라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 이들과 가족을 기리는 이 숭고한 날에 바비큐, 피크닉, 장거리 여행을 하며 먹고 마시고 웃고 떠들어도 되는 것일까?된다고 말하겠다. 내 한 몸 불살라 지킨 나라라고 해서 후손들이 슬퍼하거나 울적해 하는 것보다 남은 이들은 삶을 즐길 것을 바랄 것이다.
올 메모리얼 데이를 앞두고 한인업소마다 세일 광고가 한창인 가하면 자영업자들은 이 날 문을 열어야 할 지 말지를 고민한다고 한다. 최저임금 인상의 여파인데 별도의 규정이 없는 한 고용주 마음대로 휴무를 결정할 수 있고 29일 근무한 날 오버타임이 발생할 시 오버타임을 지급하면 된다니 그다지 걱정하지 말자.
미국의 메모리얼 데이와 같은 날이 한국에서는 6월6일 현충일이다. 1956년 제정된 이 날은 조상들이 24절기 가운데 망종에 제사를 지내는 풍습이 있는데 1956년 6월 6일이 바로 망종이었다.
미국이나 한국이나 대통령 당선인이 되거나 새대통령으로 취임하면 가장 먼저 찾아가는 곳이 이 전몰군인들의 묘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워싱턴 DC의 알링턴 국립묘지를, 문재인 대통령은 동작동 국립 현충원을 찾아 참배했었다.
메모리얼 데이 전후로 한국전참전용사 기념비나 기념물 앞에서도 추모행사가 열린다. 한국전 참전용사 대부분은 살면서 평생 한국이란 작은 나라를 가슴에 담고 살아간다. 젊음을 바친 나라를, 전우를 잃은 그곳이 아직도 분단되어있음이 ‘미완의 삶’ 같기도 할 것이다.
지금은 한국과 북한이 현충일과 전승절로 한국전 기념일을 따로 따로 치르지만 우리도 언젠가는 한국전쟁에서 사망한 국군과 인민군을 함께 기리는 날이 올 것이라 기대한다.
NGO에서 일하는 딸은 이번 8월에 한국으로 휴가를 가며 DMZ (Korean Demilitarized Zone) 를 가고 싶다고 한다.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2세가 부모의 모국이 분단된 현실에 대해서 비무장지대를 잠시 보고는 얼마나 알까 싶긴 하다.
1953년 7월27일 정전협정이 맺어지고 임진강에서 동해안까지 군사분계선이 설정되며 여기서 남북으로 각각 2Km 완충지대가 바로 DMZ이다. 이곳은 자연생태계의 보고이나 대부분 미확인 지뢰지역이고 민간인 통제 구역이니 함부로 갈 수가 없다.
서울에서 두시간 반 거리를 올라가 전망대에서 멀리 울타리 쳐진 강과 북한 통신탑, 가건물 몇 개만 관광하고 오는 것보다 뭔가 확실한 프로그램이 없는 지 찾아보았다. DMZ 평화의 숲 조성 평화행진행사는 6월에 열리고 제9회 DMZ다큐영화제는 9월21일부터 28일까지 열리니 아이의 스케줄과 맞지 않는다. 아직 그곳에 갈 지 못갈 지를 정하지 않았다.
수시로 미사일을 발사하는 북한과의 전쟁위기를 벗어나자면 무엇보다는 한반도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그러자면 좀 더 많은 2세들이 분단된 한국의 현실을 보고 느끼고 행동해야 한다.
우리는 잠시 휴전 중이다. DMZ를 비롯 강원도와 경기도에 소재한 분단의 역사적 장소를 찾는 중고대학생의 서머스쿨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한인자녀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그들이 장차 한반도 통일에 기여할 기회가 높아질 것이라 믿는다. 메모리얼 데이를 맞아 끝나지 않은 한국전쟁에 대해 돌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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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임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