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억과 기념

2017-05-25 (목) 김해종 목사· 전 연합감리교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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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9일 미국의 `메모리얼 데이(Memorial Day)'는 우리 한인들에게도 뜻 깊은 날이다. 나라를 위해 생명을 바친 군인들을 기억하는 이 날에 소위 잊혀진 전쟁, `코리안 워'에 나가 자기 나라가 아닌 한국 땅에서 피를 흘린 3만3,686명의 미국 젊은이들을 우리는 기억하고 감사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들의 희생으로 우리나라는 자유 민주주의 대한민국을 찾았고 세계의 지도위에 오늘의 한국을 올려놓지 않았는가?

그러한 역사와 그러한 은혜는 `메모리얼화', 즉 영구히 기념해야 하리라. 기념 한다는 것은 기억을 역사에서 잊혀지지 않도록 제도화 한다는 것이다. 그 말을 어떤 형식적인 제도의 설정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기념은 그 기억을 보존 하며 그 가치관을 대대로 후세를 위하여 물려주기 위한 안전장치인 것이다. 우리의 기억은 잊혀지고, 사라지고, 기억력은 길지 않기에 기념일, 기념비, 기념행사가 필요한 것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감사한 것은 그동안 한국전쟁은 `잊혀진 전쟁' 이라는 별명으로 미국인들의 기억에서 사라져 가고 있었다. 그러나 한국이 `한강의 기적' 이후 선진국 도상에 올라 미국의 강력한 우방이요 경제강국으로 부상 하면서 미국인들은 한국 전쟁에서 죽은 `우리 아들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았구나' 하는 새로운 인식과 함께 한국전쟁을 `기념' 하기 시작하였다. 그래서 워싱턴에 `한국전쟁 기념공원'이 생기고 동상이 섰고 곳곳에 한국전쟁기념 공원들이 서로 고속도로에서 군데군데 그러한 한국전쟁 기념이라는 간판이 있는 것을 보게 된다.


기억은 개인적인 것이요, 사라질 수 있는 것이지만 기념은 공동체의 재산으로 제도화 되어 오래 보존된다는데 의미가 있다.

성경 구약에도 사무엘상 7장에 보면 사무엘선지가 패전 직전에 있던 이스라엘 군을 하나님의 도움으로 기적적인 승전으로 이끈다. 사무엘 선지는 그 자리에서 돌을 모아 `기념비'를 만들고 그 날의 하나님의 도움에 의한 승리를 기념하기 위해 `에벤 에셀(도움의 돌)' 이라고 불러 여기까지 “하나님이 우리를 도우셨다”고 하며 대대로 기억할 것을 가르친다.

기념의 행사는 “여기까지 잘 왔다”는 에벤 에셀의 여정표를 세워 감사 할 뿐 아니라 그러한 역사를 기억하며 그 가치와 정신을 계승하여 “이제부터 더 잘해보자” 는 미래를 향한 새로운 결의를 하게 되는 것이다.. 기억은 사라지나 기념은 길이 길이 남는 것이다.

<김해종 목사· 전 연합감리교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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