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엄마의 사랑

2017-05-20 (토) 정정숙/전직 공립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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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의 부활과 승천의 기쁜 시기 사이에 어머니의 날이 들어있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하느님의 다른 이름은 사랑이라고 한다. 그리고 하느님의 사랑을 가장 닮은 사랑은 어머니의 사랑이라지. 어머니날이 가까워오니 어머니날에 어울리는 이야기 한 편을 들려드릴까 한다.

어느 깊은 숲 속에 외딴 곳에 집 한 채가 있었다. 부부와 어린 아이들이 살았다. 너무 외진 곳이라 남편은 먼 곳으로 먹을 것을 사러 나갔다. 엄마는 아이들을 돌보며 집에 있었는데 열린 문으로인지 독사가 들어와서 그만 엄마는 뱀에게 물렸다. 독사에게 물리면 죽는다는 것을 아는 엄마는 남편도 없는 지금 자신이 죽으면 아이들이 어떻게 살 것인지 앞이 캄캄했다. 그래서 살아 있는 동안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 우선은 문단속을 했겠지. 그다음 자신의 상처를 보살필 것인가? 어떻게 조치를 할까? 멀리 있는 이웃으로 달려가 도움을 청할까?

남편이 돌아오려면 일주일이나 걸려야 한다. 자신이 죽는다면 일주일 동안 어린 아이들은 살아남기 힘들지도 모른다. 몇 시간 남아있지 않은 살아있는 동안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바삐 생각하기 시작했다. 남아있는 음식으로 아이들이 일주일 동안 먹을 수 있도록 음식을 만드는 일이 좋겠다고 판단했다. 뱀에게 물린 곳은 아프고 이마에서는 땀이 비오듯 쏟아진다. 아픈 다리를 끌고 이리 저리 다니며 음식을 준비하는 일은 너무 힘들고 이제는 정신마저 가물가물한다. 아이들에게 이렇게 저렇게 음식을 어떻게 챙겨먹을지 지시를 마치고 부인은 정신을 놓고 기절했다.


남편이 돌아와서 보니 부인은 정신을 잃기는 했지만 숨이 끊어진 것이 아니었다. 고통과 싸우느라 기진했지만 독사의 독이 몸에 퍼져 부인을 죽게 한 것은 아니었다. 독사의 독은 흐르는 땀과 함께 몸 밖으로 빠져나가는 기적이 일어났다.

엄마가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 자신을 위한 응급조처에 시간을 보냈더라면 자신의 몸에 독이 퍼져나가는 것을 오히려 막지 못했을 수도 있었다. 그래서 남편이 오기 전에 세상을 떠날 수도 있었다. 엄마가 자신은 죽더라도 아이들을 살리고자 했기에 엄마도 아이들도 살았다. 자기애보다는 남을 돌보는 사랑이 자신도 남도 살리는 사랑이다.

<정정숙/전직 공립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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