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랑으로 맺어진 작은 공동체

2017-05-20 (토) 김명욱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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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집을 나오기 전 한국서 보내지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가정과 가족 그리고 아이 낳기에 관한 프로를 보았다. 보면서 한국사회의 젊은이들이 결혼을 해도 아이를 낳지 않으려는 대세의 흐름에, 정부가 방송매체를 통한 홍보에 앞장서고 있음을 본다. 가정과 가족. 사랑으로 맺어진 인류의 가장 작은 단위의 공동체다.

첫 딸이 출산되고 키우는 동안 하나만이라도 잘 키우자는 바람이었다. 그러나 아이의 엄마는 그리 섭섭해 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4년 반이 지나 둘째 딸아이가 출생했다. 언니가 된 큰 아이는 동생을 신기해하며 그리도 동생을 좋아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둘은 돕기도 하고 싸우기도 하는 등 30을 훌쩍 넘긴 성인이 됐다.

동생이 없었더라면 큰 아이는 얼마나 외롭게 자랐을까. 지금도 둘은, 세상에 둘 밖에 없는 언니와 동생이 아니랄까봐 헤어졌다 만나면 무슨 그리 할 말들이 많은지 시간가는 줄 모르고 깔깔거리며 얘기에 빠진다. 그리곤 또 무엇이 맘에 안 들던지 싸울 때는 심하게 싸우기도 한다. 그래도 금방 화해를 한다. 참으로 보기 좋다.


90이 넘어 세상을 뜨신 아버지는 태어날 때 홀 홀 단신 고아였다. 경상도에서 태어나 강원도로 와 살며 30이 넘은 뒤늦은 나이에 어머니를 만나 혼인하고 가정을 이루었다. 자랄 때 부모와 형제자매 없이 너무도 외롭게 자라서였는지 아이들을 많이 낳으셨다. 지금 8남매가 미국에 살면서 족히 50명이 넘는 대가족을 이루었다.

아버지의 장례예식을 가진 다음 장지로 향하던 시간. 하늘엔 원형의 무지개가 떠서 장지로 향하고 있는 아들과 딸들, 손자 손녀들을 반겨주는 듯 했다. 아버지가 묻혀 있는 장지 옆에는 어머니가 묻힐 곳이 준비돼 있다. 지금도 살아계신 어머니. 금년 5월 95세의 생신을 맞이하시는데도 자식들을 위해 끊임없이 기도하신다.

세상에 가장 위대한 인물이 있다면 누구를 뽑을 수 있을까. 많은 사람들이 후보에 오르겠지만 단연 어머니가 아닐까. 어머니. 그 이름은 우주에 하나밖에 주어지지 않는 자식들을 향한 희생의 대명사다. 아버지가 하우스를 지키는 바깥주인이라면 어머니는 홈을 지키는 안주인이다. 어머니의 애정과 사랑이 남편과 자식을 지켜준다.

<건강한 가정의 특징>의 저자 큐란(Dolores Curran)은 건강한 가정의 10가지 특징을 강조한다. 1.공통된 종교적 신념을 가진 가정. 2.가족 간에 진솔한 대화가 많이 오고가는 가정. 3.서로 신뢰하고 인정하며 지지해주는 가정. 4.유머가 흐르며 웃음이 끊이지 않는 가정. 5.부모의 위선이 없는 도덕과 윤리가 살아 있는 가정.

6.다른 가족의 의견을 존중해주는 가정. 7.모이기에 힘써서 소속감과 유대감을 가지는 가정. 8.체면과 지위를 떠나 가족과 남을 위해 봉사하는 가정. 9.각각의 책임과 공동책임을 자각하고 감당하는 가정. 10.자신의 문제를 시인하고 도움을 청할 수 있는 개방적 가정 등이다. 자자손손이 건강해지는 비결, 가정이 건강하면 된다.

‘가족’이란 제목으로 <샘터>에 35년 동안 소설을 연재한 최인호(1945~2013)작가. 그는 가족을 소꿉놀이에 비유한다. 오손 도손 사이좋게 너는 아빠, 나는 엄마, 너는 막내 하며 소꿉놀이 하다 엄마가 부른다. 그러면 하나 둘씩 헤어져 텅 빈 골목길만이 남는다. 실재의 가족도 그런 거란다. 때가 되면 이별하고 헤어져야 하는 것.

그래서 가족은 소중하단다. 가족이란 항상 영원히 존재하지 않는 것이기에. 소꿉놀이처럼 그 이별은 빨리 다가오니 가족으로 있는 동안 최대한 즐겁고 행복해야 한다고. 또 그러기에 사랑해야 한다며 가족의 소중함은 어머니의 핏줄을 이어받은 피조물이어서가 아닌 언젠가 헤어져야 하는 슬픔이 곁에 항상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5월은 가정의 달. 가정의 달은 곧 가족의 달이다. 헌데, 가정의 달은 1월부터 12월까지 1년 내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세상에 자기 가족과 가정보다 더 소중한 것이 무엇이 있겠나. 소꿉놀이처럼 엄마가 부르면 언젠가는 헤어져야하는 가족들, 사랑해야 한다. 사랑으로 맺어진 인류의 가장 작은 단위의 공동체, 가정과 가족이다.

<김명욱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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