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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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주어진 선물,가정

2017-05-16 (화) 나리 간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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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더스데이’에 미국 사람들은 보통 외식을 해서 엄마이자 아내의 저녁 수고를 덜어주는 것 같다. 적어도 우리 옆집은 몇 년째 마더스데이엔 피자를 시킨다. 나도 마더스데이라 저녁을 안 하고 싶다고 했더니 남편과 아들은 피자는 먹기 싫다고 생떼를 부렸다. 잠시 화가 낫지만 일주일에 한 번 온 가족이 같이 먹는 저녁이니 이번에도 내가 양보하고 한국식으로 저녁을 차린다.

초등학생일 때 학교와 교회에서 ‘마더스 데이’라고 뭔가를 만들어서 카드와 작은 선물을 주던 아들은 이젠 다 컸다고 그냥 지나간다. 남편에게 넌지시 ‘마더스데이’ 스페셜 선물이 없냐고 물었더니 매일 자기 카드로 쇼핑하면서 뭘 더 바라느냐고 되묻는다. 옛날 같으면 짜증이 나는 상황일 텐데 이제는 그 말이 사실이니까 별 화도 안 난다.

일상 속에서 카드와 카네이션을 주던 안 주던 아들은 항상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으니 그 자체로 나에게 기쁨이고 선물이다. 매년 마더스 데이 피자 주문을 반대하고 집 밥을 먹자고하는 남편이지만, 그런 남편이 있고 온 가족이 모여서 이루어진 가정이 바로 나에게 주어진 선물임을 안다.


항상 웃는 모습으로 강의를 하시던 교수님이 쓰신 얼굴을 알 수 없는 친아버지에 대한 글을 읽으면서, 새삼스럽게 가족의 의미를 뒤돌아본다. 일하면서 공부할 땐 사실 자식도 남편도 그저 내가 돌봐야 하는 짐과 같은 존재였다. 아이가 선물이고 가족이 축복이라는 말 대신에 가족을 위해서 희생만 하는 내가 있었다. 우스운 것은 남편 또한 나와 아이를 위해서 자신의 삶이 희생됐다고 억울해 했었다. 부부가 항상 인내하고 투자하고 가족을 돌봤다고 하지만 돌봄 만큼의 만족한 가족은 없었다.

하지만 내가 아픔을 경험하면서, 내가 불평한 그 평범함이 얼마나 귀한 것임을 깨닫게 되었고 평범함조차 아무나 가질 수 없는 것이라는 걸 알게 되니, 같은 상황에서 같은 집안일을 하지만 남편과 아이로부터 돌봄을 받고 위로를 받고 사랑을 받게 되었다.

예전에는 밥을 해야 하는 의무만 보였다면 지금은 밥을 맛있게 먹어주는 사람들과, 밥을 할 수 있는 엄마이자 아내라는 특권을 가진 내 모습이 보인다. 더불어 이런 기쁨을 누리게 날 낳아주신 부모님에 대한 감사함도 넘쳐난다. 감사함 속에 매일매일 ‘마더스 데이’의 선물을 받는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한국에 계신 부모님들에게 내가 항상 기쁨과 감사함으로 미국의 타지 생활을 이렇게 잘 하고 있음을 어버이날 선물로 보내 드리고 싶다.

“저를 미국에 보내 놓고 항상 노심초사 하시는 어머니 아버지! 우리 가족의 건강하고 감사 넘치는 삶을 올해 어버이날 선물로 보내 드립니다. 항상 건강하세요. 사랑합니다.”

<나리 간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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