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문재인 대통령에게 바란다

2017-05-13 (토) 김명욱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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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뭐가 좀 이상한 것 같지 않나. 아님, 본인이 이상한가. 상식과 규범 내지는 도덕 같은 게 이젠 쓸모없는 유물과도 같이 버려지는 것 같아 씁쓸하다. 가치관의 상실이라 할까. 21세기. 휴대폰이 없는 사람이 없이 일상화된 문명의 세상. 조금만 더 지나면 하늘을 나는 자동차가 선보일 시대. 돈과 권력이 난무하는 시대다.

정치인의 사생활과 정치는 무관하다 하지만 좀 심한 것 같은 생각이 드는 건 아직도 세상 돌아가는 걸 잘 몰라서일까. 두 번 이혼하고 세 번째 24살 연하와 결혼한 트럼프가 미국의 대통령이 되는 가 했더니 이번엔 프랑스 대선에서 39살의 젊은 대통령이 나왔는데 그의 부인은 한 번 이혼한 25년 연상의 브리짓 트로뉴(64)다.

이혼한 게 무슨 죄인가. 결혼을 두 번 세 번해도 돈 있고 권력만 잡으면 되지. 무슨 말이 필요하겠나. 대세를 몰라도 정말 모르는 소리를 한다고들 하겠다. 한국의 상황. 노무현정권때 민정수석과 비서실장을 지낸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제19대 대한민국 대통령이 되었고 되자마자 민정수석에 서울대 조국교수를 임명했다.


조국교수가 누구인가. 1980년대 후반 박노해시인 등과 함께 한, 사노맹(남한사회주의노동자연맹)과 연루돼 1993년 울산대 재직시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5개월여의 옥고를 살은 자다. 한편 국정원장엔 김대중, 노무현대통령 남북정상회담의 막후 주역인 서훈(63) 이화여자대학교 북한학과 초빙교수가 지명됐다. 어째 좀 그렇다.

그래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게 현실 아니던가. 41,4%의 득표로 대한민국의 원수가 된 문재인대통령. 이젠 하늘을 나는 새도 떨어뜨릴 절대 권력을 잡은 자. 제임스 코미 FBI국장을 한 순간에 날려 버린 막나가는 트럼프와 중국대륙의 최고 권력자 시진핑이 문대통령에게 먼저 전화를 걸어 40여분씩 통화를 할 정도의 막강 대통령.

국정 농단했다는 죄 몫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박근혜 제18대 대통령. 감옥에서 한국의 돌아가는 정치 상황을 보고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개성공단을 폐쇄하는 등 북핵에 쐐기를 박으려 했던 그의 뚝심과 정책은 바람처럼 사라지고 문재인대통령 하에서는 개성공단 오픈은 시간문제처럼 생각드니 역사의 아이러니라 해야 하나.

문재인대통령은 국회에서 열린 취임식 취임사를 통해 구시대의 잘못된 관행과는 과감히 결별하겠다며 제왕적 권력분산, 분열과 갈등 해소, 한반도 평화, 경제와 민생해결을 위한 대통령이 되겠다고 말했다. 그러며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서라면 곧바로 워싱턴으로 가겠다고 한다. 이미 그는 트럼프의 미국 초청을 받아놓은 상태다.

국정과 외교정책을 장사하듯이 하고 있는 트럼프를 문재인대통령이 워싱턴에서 만나면 또 어떤 흥정이 이루어질까. 한반도 남쪽에 이미 사드배치를 해결해 놓은 트럼프. 대가로 10억달러(약 1조2000억원)를 요구하고 있다. 사드배치를 반대해 왔던 문 대통령이 트럼프를 만나면 어떤 협상카트를 꺼낼까도 상당히 궁금해진다.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고 통합과 공존의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약속한 문재인대통령. 믿어야 하겠지. 그런데 박근혜 전 대통령처럼 문제는 주위에서부터 생긴다. 최순실만 아니었더라도 1년 남짓 남은 임기를 제대로 마치었을 박근혜대통령 아니었던가. 문재인대통령도 마찬가지다. 주위를 살피고 또 살펴야 할 게다.

프랑스 제5공화국의 8번째 가장 젊은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 배경도 의석도 없는 그가 유럽 대국 프랑스의 대통령으로 뽑힌 이유는 그가 주창한 ‘데가지즘’과 ‘앙 마르슈’에 담겨있다. 데가지즘은 구체제 청산을, 앙 마류스는 전진을 뜻한다. 결국 보수의 부패와 무능의 진보가 초래한 사회부조리가 39살의 대통령을 뽑은 거다.

세상이 이상하다고 지구가 무너지는 법은 없겠지. 북한을 주적으로 말하지 못하는 친북 좌파의 대통령이 당선됐다고 남한 땅 덩어리가 없어지는 건 아니겠지. 북에 돈 갖다 바치지 않고 북핵을 해결하고, 남한엔 모두가 더불어 잘살아가는 나라를, 또 해외동포를 위한 정책도 수립해주는 그런 문재인대통령이 되기를 바랄뿐이다.

<김명욱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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