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미래를 위한 전진

2017-05-10 (수) 여주영 주필
크게 작게
인도의 달리트(Dalits)들, 즉 흙수저출신의 천민계층 1,600만명은 수천년간 비인간적인 억압과 소외와 수탈을 겪고도 여전히 생존해있다. 이런 사실에는 달리트 한 사람 한 사람 속에 위대한 생명의 힘과 지혜가 들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대한민국 국민들의 삶속에도 엄청난 삶의 에너지, 끈질긴 생명의 힘이 있었기에 숱한 고난과 설움 속에서도 아직껏 쓰러지지 않고 굳건한 삶을 지탱해오고 있다.

5월이 되니 사방에 온갖 꽃들이 찬란하게 빛을 발하고 있다. 꽃을 통해 생성되는 꿀은 원초적으로 함께 공생하려는 생명의 의지에서 나왔다. 형형색색 아름다운 꽃의 색깔과 크고 작은 모양의 다양한 자태들은 우리 인간에게 더불어 살기를 원하는 창조주의 특별한 배려에서 태동된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화창한 계절 5월에 한국에서 개혁과 통합을 약속한 문재인 제19대 대통령이 탄생, 새로운 미래로 나아가는 희망의 문이 활짝 열렸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대선 공약에서 나라를 쇄신시키고 변화시키겠다고 강한 의지를 밝혔다. 이를 실현시키려면 국민을 떠나고 국민의 목소리를 외면하고는 어렵다.


하나의 밀알이 땅에 떨어져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 새 대통령은 자신이 나라와 국민을 위해 내 한 몸 땅에 떨어져 죽겠다는 각오로 임해야 갈라진 민심을 하나로 통합하고 나라의 혁신을 꾀할 수 있다.

변화와 희망의 상징인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8년 임기를 무난히 잘 마친 것은 오로지 나라와 국민을 위해 뜨거운 열정과 신념을 가지고 가슴 뭉클한 감동의 정치를 하였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오바마처럼 가는 곳마다 대중의 열광적 환호와 지지를 받는 그런 대통령이 되기를 원한다. 그것은 오직 국민 총 단합에 있다.

이는 자신을 반대한 국민과 정치인 모두를 하나로 묶고 미국의 제16대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이 게티스버그에서 한 유명한 연설처럼 ‘국민의, 국민을 위한, 국민에 의한 정부’에 목표를 둔 정치를 할 때 가능하다.

한국은 지금 분열이 마치 시대정신이라도 되는 듯 온 나라가 분열로 몸살을 앓고 있다. 곳곳에서 툭하면 서로간에 증오와 미움으로 쪼개지고 분열되는 현실이다. 오죽해 매년 교수들의 의견을 모아 발표하는 사자성어에 지난 2005년에는 위는 불, 아래는 못이라는 의미로 모두가 불과 물처럼 서로 상극이란 뜻의 ‘상화하택(上火下澤)', 2006년에는 구름은 빽빽하나 비는 오지 않는 상태라는 의미의 ’밀운불우(密雲不雨)' 라는 단어가 뽑혔겠는가.

최근 인터넷에서 본 어이없는 글이다. 드라마 ‘주몽’을 보고 또 본다고 하기에 못보게 하자 가출한 아내를 찾는 내용이었다. 그 글은 “여보 내가 잘못햇소, 제발 집에만 돌아와요. 내가 HDTV도 장만해놨소, 예술을 모르는 내가 죽일 놈이지. 예술을 사랑하는 착한 아빠가 되겠소.” 이게 무슨 가출할 일이나 되는 일인가. 그런데 요즘은 이런 것이 가출하고 헤어질 이유가 된다는 것이다. 이것이 한국의 현 세태라고 한다.

실제로 많은 국민들이 심각한 이념의 갈등, 세대간 갈등, 지역갈등, 계층간 갈등, 빈부의 갈등을 겪고 있다. 한마디로 실패와 패배의 나락, 공허와 무의미의 나락이다. 이제 당선된 대통령은 이 밑바닥에서 희망의 꽃을 피워야 한다. 이는 자신을 반대해온 국민, 정치인 모두를 하나로 품어 안고 갈 때 가능하다.

새 대통령은 박근혜 탄핵정국에서 촛불을 든 국민들의 힘에 의해 당선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수개월간 뜨겁게 타오른 촛불에는 대한민국을 살기 좋은 나라, 상식이 있는 나라, 정의로운 나라로 만들어 달라는 온 국민의 간절한 염원과 소망이 담겨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당선 소감으로 “대한민국을 위대한 나라로 만들겠다”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 “국민만 보고 바른 길로 가겠다”고 하였다. 이 약속을 부디 지켜 분열된 나라에 화해와 통합의 비전을, 절망과 실의에 빠진 국민들에게 용기와 꿈을, 미래의 주역인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심어주어 역사에 위대한 대통령으로 남기를 바란다.
juyoung@koreatimes.com

<여주영 주필>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