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국과 트럼프

2017-05-06 (토) 지윤/전직 대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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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저지 자문위원 글마당

한국 대선 직전의 미국은 우리를 변화시키고 있다. 최근 표출된 일련의 트럼프 한국 정책은 우리가 믿었었던 빅 브라더가 우리를 아무렇지 않게 취급한다는 격한 배신감을 안겨주었다. 억울함과 분노가 한국인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이와 같은 노출에 역겨워진 감정은 미국이 트럼프로부터 박근혜-황교안 대행의 국민 가만 가망성으로 번지고 있다.

한국측은 어찌되었든, 트럼프가, 아니 미국의 국익이, 어찌해 그런 행동을 하게 되었나를 거시안으로 냉철하게 찾아 봐야 하겠다. 아무리 실리에 따라 미국이 중.소.일과 좋은 척 해도, 그들을 믿지 못하고 전쟁은 않더라도 국력으로 대결하는 상태를 벗지 못하고 있다. 그러므로 중.소.일을 견제하고 대비하는데 친미우호적이고 말 잘 듣는 남한이 존재하는 것은 그들에게 하늘이 내린 복이 아닐 수 없다.

그런 측면에서 미국이 했던 말을 집어 삼키고, 부랴부랴 한밤중 홍두께처럼 남한에 사드를 배치해야만 했던 이유는 명약관화한 이치이다. 이제 몽둥이로 뒤통수 맞은 듯한 입장에 쓰레기 기득권과 그들 대변인들은 아마도 서둘러 미국이민 도피를 준비하고 있으리라. 그러니 기득권에 들지 못한 대다수 국민은 이번 한국대선에 기어이 나가 미국에 대한 앙심으로 반미적 성향의 후보에 점찍고 싶은 심사가 되지는 않을까. 트럼프는 본의 아니게 한국에 반미 감정의 불가항력적 촛불에 성냥불을 던진 것은 아닌지. 급류를 타고 불붙은 민중의 힘, 즉 하늘의 길은 김정은의 핵보다 더 무서움을 알아야 할 것이다.


트럼프의 만행, 우매함, 어리석고 폭력적인 불도저 정책은 소위 말없는 미국 보수층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고 있다. 그의 행각은 궁극적으로 자신을 파멸시킬 것이지만, 그러기 전에 한반도를 예상치 못했던 제3, 제4의, 또 트럼프의 천한 의식구조가 예측치 못한 새로운 동아시아 단결의 의지를 심어줄 수도 있다.

능력있고 지각 있는 한국인은 냉철한 사고와 느린 행동을 할 때이다. 부화뇌동(附和雷同) 함이 없이, 실세를 타는 노예 사고방식을 버리고 대의 앞에 때 묻고 안일했던 신조, 관념을 엄숙히 재검토할 때이다.

알아야 할 일은 미국의 대세와 힘은 트럼프의 소유물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좌경화된 인물이 득세하기 전에 여론이나 국제 의례를 벗어나 단기적 국가적 이득을 어떤 수단도 변명도 없이 남의 나라에서 강행하는 태도는 로마의 막판과 다를 게 없다. 정의와 인류애를 등지는 오만은 궁극적으로 개인이나 국가를 강화 할 수 없음은 역사가 누누이 실증으로 가르쳤다. 로마의 말년을 자초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고 싶다.

1776년 미국이 영국 식민지로부터 해방시킨 혁명 이래 헌법으로 미국의 존립 정신을 지켜온 격 높은 의식은 또다시 미국을 지키는 방위대가 될 것이다. 우리는 이 진정한 미국 세력과 손잡고 진중한 성인의 위치에서 생각을 굳힌 후 너그러운 행동을 할 것이다.

우리 핏줄에 담겨있는 노자, 장자와 불가의 가르침, 더욱이 예수를 본받아 사는 사람이 이 나라에서 단기적 신경질적 성향을 누르고, 대인의 길을 걷기로 하자. 하늘이 우리를 쉽게 도우리라는 신념으로. 지구촌의 모든 거주민에 대한 존경, 배려, 인권의 수호와 절대적 세계 평화관은 어느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던 인간의 한계성을 초월하는 대로로 대한민국을 수호하리라.

<지윤/전직 대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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