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폐암왕국으로 탈바꿈하는 한국

2017-05-06 (토) 추재옥/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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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천이 수려한 고국 금수강산이 환경오염으로 물들면서 점차 폐암왕국으로 탈바꿈되고 있다. 고비사막, 중국발 미세먼지, 자동차 배기, 화력발전 화학단지 등에서 배출되는 독성매연이 햇빛을 가리고, 푸른 하늘이 시커먼 독가스 천막으로 드리워지면서 한국 국민들의 생명이 크게 위협을 받고 있다. 그 결과 우울증, 자살, 파킨슨 같은 뇌손상 환자 뿐 아니라 맑은 공기, 산소의 부족으로 심장마비 환자가 많아졌다고 한다.

8.15 해방 후 대한민국은 결핵, 도박, 음주, 마약중독이 4대 망국병이었는데, 가구당 4분의 1이 결핵환자였다. 모두 식민지정책의 부산물이다.

대가족이 살던 양반집의 경우 결핵을 ‘쉬 쉬’ 하고 감추었다. 때문에 실제적으로는 더 깊숙이 결핵이 만연돼 있었다. 그후 특효약 INH의 등장으로 수많은 환자들이 회생되긴 했지만 입원환자들 대부분이 피를 토하는 중증환자들이었다. 당시 결핵의 태두 김경식 박사는 숨가빠하는 환자들을 어루만지며 치료해준 구세주였다. 외래진료실에는 통원환자들이 구름떼처럼 그에게 몰려들었다.


그 당시 INH 약에도 듣지 않는 결핵이 있었는데 요즘에도 새로 나온 신약으로 치료가 되지 않는 내성이 강한 무서운 결핵균이 번창해서 단체생활을 하는 순진한 학생들의 폐를 야금야금 집단 감염시키고 있다. 완치가 되지 않는 환자는 남에게 병을 전파시키는 보균자를 가진 자들이다. 이들 중 계속 독성매연에 노출되는 환자 경우 암 발생률이 많다.

한국은 지금 외출할 때 온 국민이 미세먼지를 막기 위해 마스크를 착용하고 다니는 걸 보게 된다. 하지만 마스크라 할지라도 100% 안전하다 할 수 없다. 미세먼지는 마스크를 거의 다 통과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관지가 약한 어린아이들은 기도폐쇄로 인해 사망률이 높다. 어른들도 방심할 일이 아니다. 성인이라도 기관지가 약하거나 면역이 약한 경우 안심하기 어렵다.

돈 많은 내 친구는 공기가 좋은 미국에서 살고 싶어 했는데, 귀국 후 갑자기 불귀의 객이 되어버렸다. 파릇파릇 새싹이 돋는 이 좋은 봄날에 아무 것도 보지 못하고 영영 세상을 떠났다. 돈이 아무리 많은들 무슨 소용이 있으랴, 한번 가면 그만인걸... 살아 있을 때 모두 건강관리를 잘 할 일이다.

<추재옥/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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