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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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당신을 사랑합니다!

2017-05-08 (월) 연창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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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엔 자식이 없는 사람이 있다. 남편과 아내가 없는 사람도 있다. 형제자매가 없는 사람 역시 수두룩하다. 하지만 어머니가 없는 사람은 없다. 그래서 누구나 어머니의 자식으로 태어남이 축복이다. 어머니의 자식으로 살아감이 행복인 것이다.

이제 철들고 돌아보니 어머니는 자식에게 불평한번 하신 적이 없다. 마음이 언짢아도 꾹 참고 사셨다. 자식 때문에 가슴을 쓰려내려 본 적이 한두 번도 아니었을 텐데. 자녀 때문에 눈물을 흘린 날들도 많았을 텐데. 그렇게 당신의 가슴에만 묻고 사셨다. 그저 자식 성공만 바라며 노심초사하며 지낸 세월이 수십 년이다.

지금도 쉰 살이 넘은 아들을 염려하고 걱정하는 마음은 한결 같으시다. ‘술 조금만 마셔라’란 말을 자주 하신다. 자식이 잘 살길 바라는 마음도 여전하시다. 자식들이 건강하고 올바르게 살면 그것으로 더할 나위 없는 행복으로 여기신다.


어머니 연세가 90세를 향해 가고 있다. 한해 한해가 갈수록 어머니가 불사조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과 아내를 챙기느라 어머니에게 잘 하지 못하고 산 것을 뒤늦게야 깨닫는다. 그래서 항상 어머니께 감사하고 존경하며 말씀에 거역하지 않게 노력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다. 자식 걱정하는 무거운 짐을 내려놓으시라고. 부디 건강하게 오래 오래 사시며 넉넉하고 행복한 마음으로 남은 삶을 마음껏 펼쳐 보실 수 있도록 하고픈 마음에서다.

문제는 지금도 마음만큼 행동으론 잘 하지 못하며 살고 있는 것이다. 여전히 마음뿐 안부전화도 자주 못한다. 그저 가끔 “별일 없으시죠?” 묻고는 별말 없이 전화를 끊기 일쑤다. 아들의 전화 한 통화에 행복해하시는 걸 뻔히 알면서도 말이다. 자주해야지는 그저 마음뿐이다. 한 달에 서너 차례 집에 오셨다 가실 때도 매한가지다.

날이 갈수록 어머니 생각이 나면서 손에 쥐고 있던 것을 놓친 기분이다. 왠지 모르게 가슴 한 쪽이 빈 것 같다. 그럴 땐 “있을 때 잘해 후회하지 말고”의 노랫말만 되풀이한다. 그리곤 다음에 또 집에 오시면 별반 다르지 않다. 어머니와 대화도 없다. 오직 아내와 두 딸의 몫이다. 단지, 노인아파트에 모셔드릴 뿐이다. 차안에서도 별 말이 없다.

“잘 지내시고, 뭔 일 있으시면 전화하세요”가 다다. 아파트 현관으로 들어가시는 어머니의 뒷모습만 바라보다 돌아온다. 연세에 비해 건강하게 사시는 모습에 그저 감사한 마음만 챙긴다. 이러다 후회하지 하면서도 후회만 반복하고 있는 셈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어머니의 고슴도치 사랑이다. 아들을 자랑꺼리고 삼고 있음이다. 어머니가 지인들에게 아들 자랑을 하고 다니신다니 그런대로 아들노릇을 하고 있는 거 아니냐며 스스로 위안을 삼는다. 앞으로는 더욱 자랑스러운, 효도 잘 하는 아들로 살고자 또 다시 다짐을 하는 이유다.

어머니는 자식들을 위해 평생 자신을 버리고 사셨다. 자식이 잘 되는 일이라면 당신의 존재는 없어도 좋다고 여기셨다. 어떤 희생도 주저하지 않으시던 어머니. 이처럼 어머니의 사랑과 희생은 끝이 없으며 모자람도 없다. 점점 나이가 들면서야 어머니의 존재가 얼마나 중요하고 소중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며칠 전 길거리에서 오랜만에 선배를 만났다. 어머니 안부부터 묻는다. 건강하게 지내신다고 하니 ‘어머니가 계시니 얼마나 행복하냐? 손 한 번 잡아 보고 싶어도 어머니가 안 계시니 그리울 뿐“이라고 말한다. 이 말을 듣는 순간 가슴이 뭉클했다. 아, 후회하지 말고 어머니께 좀 더 잘 해야겠다는 생각을 들게 해준 그 말이 고맙기 그지없었다.

오늘은 한국의 어버이날이다. 오는 14일 일요일은 어머니날이다. 20년 이상 남편 없이 자식들 뒷바라지 하며 홀로 살고 계신 어머니. 50년 이상 살면서 가슴에만 간직하고 아직 한 번도 하지 못한 이 한마디를 고백합니다. “어머니. 당신을 사랑합니다!”

<연창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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